[사설] 독감백신 공포, 맘놓고 맞아도 되나

인천에서 독감백신을 무료접종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숨져 보건당국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북 고창에서도 독감백신을 접종한 78세 노인이 숨져 보건당국이 인과관계를 확인 중이다.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황당한 사고에다 접종 중이던 백신에서 침전물이 발견돼 접종 중단 사태가 벌어진데 이어 사망자까지 나오자 백신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감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사망한 인천의 학생은 지난 14일 민간병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뒤 이틀 만인 16일 숨졌다. 이 학생은 평소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학생이 접종한 백신은 유통과정 중 상온 노출로 물의를 빚은 신성약품이 병원에 유통시킨 것은 맞지만, 적정 온도를 벗어나거나 백색 입자가 생겨 회수 또는 수거된 제품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아직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이라는 인과관계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규명 중이라고 밝혔다.

고창의 노인은 19일 동네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했고, 다음날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 노인은 혈압약 복용 등 몇몇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하며,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현재 조사 중이다.

질병청은 지난 18일 기준 약 955만명이 독감 백신을 접종했으며, 이 가운데 511만명이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라고 밝혔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대상자의 66.5%, 임신부는 약 32.2%가 접종을 완료했다. 만13~18세 청소년의 44.1%도 유·무료 접종을 마쳤다.

지난 18일까지 질병청에 접수된 독감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 사례 신고는 모두 353건이다. 알레르기(99건)와 국소 반응(98건), 발열(79건), 열성 경련 등 신경계 이상(7건) 등이 신고됐다. 이 가운데 정부가 회수하거나 수거한 백신 제품으로 인한 이상반응 사례 신고는 80건으로 발열(17건), 알레르기(12건), 두통·근육통(6건) 등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다.

올해 독감백신 접종은 다른 해보다 불안감이 크다. 안전성 우려로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청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숨진 학생과 노인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이상반응 사례 신고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병원 측 과실은 없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 속에 사망자까지 나와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보건당국은 독감백신 관리와 접종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요한 문제로 한 치의 허점도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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