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회계비리 추적] 멋대로 쓰인 혈세, 막지 못한 제도적 허점

해야공동체 조직도

사실상 국가지원금으로 돌아가는 해야공동체는 A 소장 한명에 의해 좌지우지됐으며, 이 과정에서 제도적 맹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비 수억원이 개인 주식에 투자되고 수년째 허위 인건비가 지급되는 동안 이를 법적으로 걸러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9일 고용노동부와 경기도교육청, 수원시 등에 따르면 해야장애인자립생활(IL)센터는 수원지역 최대 규모 IL시설이다.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비 중 75%를 인건비로 지출하면 나머지 25%는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산 성격상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으로 책정돼 반납할 의무도 없다. 아끼면 아낄수록 여윳돈이 확보되는 구조다.

■주식에 들어간 일자리안정자금, 범죄에 쓰여도 잡을 길 없다

해야IL센터 A 소장에겐 일자리안정자금이 추가로 주어진다.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노동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한다. 해야IL센터는 600명에 달하는 인력을 고용했지만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이 돈을 받고 있다.

그런데 A 소장이 올해 지급된 일자리안정자금 약 4억원 중 3억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8월에도 해야IL센터 명의로 된 통장에서 1억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뒤늦게 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적으로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현행 제도상 이를 잡아낼 근거는 없다. 개인사업자에게 지급되는 일자리안정자금은 대상 자격만 검토해 지급될 뿐 사용처는 따로 확인하지 않아서다. 사실상 ‘눈먼 돈’과 다름없는 꼴이다.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원) 취지에 적합한지 대상을 검토하긴 하지만 지급 후엔 불법적인 곳에 사용해도 알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5~26일 각각 진행됐다고 게시된 국어수업과 한국사수업의 사진을 보면 인물과 물건의 배치, 벗어둔 마스크의 위치까지 겹친다. 같은 날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해야공동체 블로그 캡쳐

■사업계획서 ‘그까짓 거 대충’…달라는 대로 주는 수원시 보조금?!

A 소장이 해야학교 교장으로서 수원시 예산을 받아낼 때도 구멍이 있었다.

시는 올해 7천여만원을 비롯해 매년 수천만원씩 해야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보조금 교부 전 제출받는 사업계획서에서 누가, 어떤 수업을, 언제 진행하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사실상 해야학교 측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내줬다.

허술한 틈으로 유령 강사가 돈을 받아가는가 하면 아예 조작 정황까지 발견됐다. 해야공동체 블로그에 하루 간격으로 올라오는 한국사ㆍ국어수업의 사진은 강사와 학생의 옷, 물건의 위치, 심지어 벗어둔 마스크의 각도까지 모두 똑같지만 촬영한 각도만 다르다. 지난 10일 과학수업이라고 올라온 사진 역시 지난달 16일에 게재된 사진을 재사용했다.

더구나 시는 연말에 보조금 사용내역을 정산할 때도 수업을 진행한 증거도 없이 교과과정 및 강사 서명만 제출하면 이를 통과시켰다. 해야학교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올해 7월 다른 기관으로 발령난 뒤 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과학수업이라고 게시된 사진은 이달 10일 재사용됐다. 수업을 하지 않은 채 수업을 진행한 것처럼 꾸며낸 것으로 의심된다. 해야공동체 블로그 캡쳐

■부정ㆍ부당행위 적발 시 시설장 해임 또는 시설 등록 취소 가능

만일 이 같은 회계부정 정황이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A 소장은 해야공동체에서 떠나게 될 수도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회계 부정 등이 발견되거나 시ㆍ도지사에게 거짓 보고한 경우 시ㆍ도지사는 해임을 명할 수 있다. 평생교육법 또한 평생교육시설 설치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관리ㆍ운영한 경우 교육감이 해당 시설의 설치인가ㆍ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수원시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최영옥 의원은 “일자리안정자금과 장애인고용장려금, 각 지자체에서 내려가는 보조금 등이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는지 명백히 알기 어려운 상태”라며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허술한 제도를 개선해 취지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 소장은 “과거 일자리안정자금을 주식에 투자한 건 사실이지만 자산을 키워 장애인자립지원사업에 쓰려던 목적이었다. 올해 초 인출한 3억원은 주식이 아니라 예금으로 예치했다”라며 “블로그의 수업사진이 중복된 것에 대해서는 사실을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연우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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