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눈싸움

눈싸움

                          이화주

 

 

달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아

그런데, 주먹만한 요 폭탄 한 번 맞으면

웃음이 터져. 꽃잎처럼

웃음이 날아다녀. 운동장 가득

정말이야

눈 오는 아침

모두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봐.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흰 백설탕 같았다. 마음 같아선 혀를 있는 대로 내밀어 핥아먹고 싶었다. 겨울이 되어도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던 최근의 겨울은 얼마나 삭막했던가. 모처럼 내린 눈이 너무도 반가워 미끄러운 길도 마다하고 여기저기 쏘다녔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면서. 내 어릴 적엔 사흘이 멀다 하고 눈이 내렸다. 자고 나면 눈이었다. 우린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으로 몰려나와 눈싸움을 하는 즐거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선생님도 끼어들어 온 운동장이 전쟁터였다. 이 동시는 겨울 속의 동심을 노래하고 있다. ‘주먹만한 요 폭탄 한 번 맞으면/웃음이 터져. 꽃잎처럼/웃음이 날아다녀. 운동장 가득’. ‘눈 폭탄’은 웃음이었다. 맞으면 맞을수록 웃음도 덩달아 커졌다. 세상에 이런 폭탄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학교 운동장에서만은 있었다. 그 시절이 그립고 그 운동장이 그립다. ‘눈 오는 아침/모두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봐.’ 목청껏 소리쳐 보고 싶은 요 구절. 정말이지 코로나가 얼른 없어져서 우리 어린 학생들이 맘 놓고 뛰놀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기왕이면 눈까지 내려 운동장마다 웃음 폭탄이 팡팡 터졌으면 춤을 추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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