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보 폭로된 송암동산의 어두운 얘기...가여운 아이들의 ‘아빠’는 가면이었나

송암동산은 시흥 지역의 상징적인 보육시설이다. 각계의 봉사 손길이 그친 적이 없다. 지역 정치인은 물론, 관내 유력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KLPGA 소속 유명 골프 선수들의 봉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전직 시흥시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할 정도다. 시설의 역사만 60년이 넘는다. 대각사의 숭고한 종교 정신을 바탕에 두고 운영돼 왔다. 현재도 초ㆍ중ㆍ고교생 27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만큼 횡령 의혹이 지역사회에 주는 충격이 크다.

본보가 입수한 송암동산의 입출금 현황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시에 등록되지 않은 송암동산 명의 통장이 공개됐다. 여기서 10여년간 6천800여만원이 빠져나갔다. 실질적 운영자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거나 현금으로 빠져나간 돈이다. 제보자는 이런 돈의 흐름을 운영자 개인이 빼간 횡령이라고 증언한다. 직원들의 식대 통장에서도 불명확한 자금 흐름이 있다. 특별한 이유 없거나 공사 대금 등의 명목으로 빠져나간 돈이 적지 않다.

제보자의 주장은 최근 시흥시 감사에서 발견된 비위 의혹과도 맞아떨어진다. 감사에서 비등록 계좌가 확인됐고, 운영자의 후원금 횡령 정황도 포착됐으며, 각종 위반 사항 22건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시 감사의 직접적 발단은 2018년 발생한 직원의 보육원 여학생 성추행 사건이었다. 올 1월 행정처분으로 시설장 교체 명령이 내려졌고, 운영자는 원장직에서 사임했다. 60년 대표적 보육 시설에서 계속 확인되는 의혹이다.

행정 감사의 단계를 넘어선 게 아닌가 싶다. 한두 해가 아닌 5년 또는 10년 이상 이어진 횡령 의혹이다. 지역민의 후원금과 정부ㆍ지자체 지원금에 대한 용처 확인 작업이다. 여기에 아동복지법 위반 사항도 줄줄이 거론된다. 직원들에 대한 불공정 노동 행위도 들려온다. 행정 조치의 영역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운영자 측은 이런저런 사유를 대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사를 통한 진실 확인이 더더욱 필요해진다.

본보가 운영자의 비위를 폭로한 투서를 입수했다. 거기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밉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눈칫밥을 먹고 연기를 잘해야 한다” 아마도 전임 이사장이자 원장이던 운영자를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른 모양이다. 우리가 간혹 봐온 배반스런 상황인가. 겉으로는 한없이 자애로운 보호자의 모습을 하고, 속으로는 누구보다 셈 빠른 사업가의 모습을 한 이 시대 보육시설의 ‘가짜 아빠’들의 얘기 말이다.

수사로 진상을 밝혀서 전모를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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