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겸손

겸손

                                    신난희

 

자기 걸 주면서도

몸을 숙이는

주전자며

물병은

가진 걸

다 줄 때까지

몸을 숙이고

또 숙인다.

한 세상 살다 보면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도 삶의 교훈을 얻는 경우가 참 많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주전자와 물병에서 귀한 작품을 얻었다. 자기 안의 물을 남에게 주기 위해서는 몸을 숙여야 하는 주전자와 물병을 노래한다. 곧 낮은 자세다. 자기 몸을 숙여야만 남에게 줄 수 있다는 것. 꼿꼿한 자세로는 줄 수 없다는 것. ‘겸손’의 의미를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풀어놓았다.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4년마다 있는 단체장 선거에서 매번 떨어지는 후보가 있었다. 잘 생긴 얼굴에 높은 학력, 언변까지 뛰어난 그였지만 어쩐 일인지 매번 낙선의 고배를 맛봐야 했다. 어느 날, 그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억울하다며 솔직한 말을 원했다. 그때 한 친구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자넨 인사를 뒤로 받잖아!”. 거만함이 그의 패배 원인이었던 것이다. 잘 생긴 얼굴, 높은 학력, 뛰어난 언변도 겸손만 못했다는 얘기다. ‘가진 걸/다 줄 때까지/몸을 숙이고/또 숙인다.’ 주전자와 물병을 다시 봐야겠다. 저 하찮아 보이는 물건이 그 어느 교과서나 강의보다도 커다란 가르침을 주고 있지 않은가. 한해가 저무는 끝자락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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