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로 제2막 ...도전이 선물한...‘달콤한 인생’
- 은퇴 후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원래 고향이 지금 귀촌농원이 자리한 화성시 비봉면 쌍학리다. 봉담읍에 자택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일거리가 많을 때는 농막(농지에 설치하는 소형 이동식 주택)에 머무르면서 생활하고 있다.
삼성GE의료기기에서 지난 1987년부터 1997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당시 삼성이 자동차와 의료기기 산업을 외국자본에 판매, GE로 합병된 회사에서 2013년까지 근무한 뒤 퇴직했다.
사실 처음에는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었다. 고향이라고 하지만 부모로부터 땅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었다. 직장생활을 하던 1994년에 나중에 은퇴하면 여가생활로 주말농장이나 운영할까 하고 약 6천600㎡의 땅을 사둔 게 있었다.
은퇴 후 주말에만 농장에 나와서 농작물을 심고 기르다 보니 한번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비봉면이 고향이다 보니 주변 친구나 지인들이 농사를 짓는 사람이 꽤 있다. 이에 주변에서 울금이 좋다는 추천을 받고 울금 농사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울금이 무슨 작물인지도 잘 몰랐다. 나이 먹고 공부하기도 쉽지 않았으나 그래도 일단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울금 재배에 나섰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또 은퇴 당시 노후자금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어서 상대적으로 큰 걱정 없이 귀농에 도전할 수 있었다.
다만 초기 판로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첫 재배 때 약 5t 정도 울금을 수확했다. 당시 수확은 했는데 울금을 판매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지역의 마트를 쫓아다니면서 납품을 하려고 노력했다.
지역 마트를 돌아다닐 때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처음에는 나이 어린 마트 담당자들과 만나 납품 부탁을 하는 게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래도 과거 군대 가기 전 6개월 정도 했던 영업직 근무경험을 회상하며 열심히 지역의 마트를 찾아다녔다.
그때 당시 안녕농민마트라고 화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매장이 있었다. 그곳을 한달 동안 찾아가서 담당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쪽지를 남겼는데 연락이 한번도 안 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마트에 들어가 담당자가 누구인가 관찰했다. 며칠 자세히 살펴보니 담당자가 오전 업무가 끝난 뒤 점심을 먹기 전에 꼭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점심시간 전 담당자가 담배를 피우러 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말을 걸었다. 노력에 감동했는지 담당자는 재배한 울금을 볼 수 있냐고 물었고, 당시 항상 갖고 다니던 샘플을 얼른 보여주고 납품계약을 따냈다.
- 울금부터 딸기까지 계속 작물변경에 도전하는 이유는.
첫 귀농을 했을 당시에는 울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물이라서 수익성이 뛰어났으나 몇년 시간이 흐르면서 울금농장이 다수 생겼다. 자연스럽게 공급이 늘어나면서 울금 가격이 폭락, 결국 울금만 재배해서는 농장을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울금 다음으로 와송을 재배했다. 이를 통해 연간 3천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여름철에 재배해야 하는 와송 역시 울금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수익을 내긴 어려웠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딸기 재배에 도전하게 됐다. 딸기는 겨울~초여름까지 수확이 가능하고 수익성도 뛰어나다. 현재 비닐하우스 4개동, 약 5천㎡ 부지를 모두 딸기로 전환해 내년부터는 재배하는 작물 중 딸기의 비율이 95% 이상이 될 전망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무턱대고 도전만 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 딸기 재배를 위해 2019년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딸기 전공 교육 과정에 참여, 2년 동안 매주 1회씩 신현구 교수의 지도 아래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선도농장에서 육묘기술 습득 등을 배우고 6기 졸업생 자격을 얻었다.
- 귀농 등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는 청년실업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젊은 층에게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고 꼭 전하고 싶다. 이미 은퇴를 하고 나이도 많이 먹은 사람도 공부하고 노력해서 도전하는데 청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첫 귀농을 결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농사의 니은도 모르는 사람이 노후자금을 들여 무슨 농사를 짓느냐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현상유지만 할 뿐 발전하지 못한다.
대부분 실패하는 것이 무서워 도전을 두려워한다. 실패하면 개선을 해서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면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꼭 전달하고 싶다.
화성=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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