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2021년 ‘인천형 자치분권’시대를 연다. 중앙정부에서 독립해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9일 32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자치분권 시대가 열린 상태다.
특히 오는 7월부터는 민생치안과 여성·청소년, 교통 등의 분야에서 자치경찰제를 전면 도입한다. 또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시민 밀착형 권한이나 사무 등도 모두 넘겨받는다. 시의회는 자치분권 시대를 맞아 역량과 책임성 확대 등이 이뤄진다. 인사권 독립 등 권한을 가지는 반면, 주민감사 청구를 위한 기준이 낮아지는 등 책임성도 생긴다.
이와 함께 시는 자치분권에 대한 시민의 인식 및 공감대 확산에 집중한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강조한 각종 명칭에서 ‘지방(地方)’이라는 단어를 빼는 작업도 이뤄진다. 또 지난해 코로나19로 하지 못한 자치분권 관련 토론회·워크숍도 본격 추진한다.
올해 시와 인천시의회, 인천지방경찰청, 기초자치단체(군·구) 10곳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인천만의 자치분권 시대를 위한 각종 논의를 한다. 인천이 지방자치를 넘어 자치분권 확립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오는 7월부터 ‘인천형 자치경찰제’ 첫발
인천엔 오는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본격 운영한다. 서울과 세종, 제주 등 5곳은 6월까지 시범운영을 통해 제도적 문제점 등을 찾아 보완한다. 자치경찰제의 핵심은 기존에 국가경찰이 맡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치안 업무를 광역지자체, 즉 시가 맡는 것이다. 시는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이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인천시장과 인천시교육감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모두 7명으로 구성하며 별도의 사무국 조직을 둔다.
현재 시와 인천경찰청은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자치경찰 준비단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는 자치경찰을 위해 표준조례안 제정(시의회)과 사무기구 설치, 위원추천위원회 구성,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설치 등을 추진한다. 인천경찰청 역시 생활안전·교통·경비·수사 분야에 대한 조직을 개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시와 인천경찰청은 자치경찰제에 따른 사업비 및 운영비 등 예산 편성을 위한 내부 검토도 하고 있다.
시가 추진한 연구용역에선 민생치안에 236명, 여성·청소년 201명, 교통 350명, 지구대·파출소 1천449명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필요한 1년 예산은 약 2천억원이다.
특히 시는 인천에 맞는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치안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자치경찰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다. 인천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중요시설이 있어 지역 특색에 맞는 자치경찰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형 자치경찰제 모델 수립을 위한 용역을 하고 있다. 이 용역은 자치경찰 도입 기본 구상, 인천형 자치경찰 체계 구축 및 운영방향, 자치경찰제도 안착을 위한 정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자치경찰제의 조직 운영 및 재정 계획도 담긴다.
시 관계자는 “가급적 빨리 조직 및 예산 등을 확정하려고 인천경찰청과 협의하고 있다”며 “자치경찰이 자리를 잡으면 인천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중앙정부의 권한·사무 지자체로 이관
시는 지난해부터 각종 중앙사무를 넘겨받고 있다. 시는 국가가 직접하는 사무 263개 중 17개 기능과 75개의 단위사무를 넘겨받을 수 있다.
시는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을 사무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하고 있다. 광역적 기능 중심의 포괄 사무 위주다. 시는 국가위임사무도 추가로 넘겨받고자 정부와 국회에 관련법 개정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시는 또 올해부터 지방이양일괄법이 적용하는 만큼, 각 부서 및 군·구를 통해 전반적인 조례 및 규칙 제·개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현황조사를 할 계획이며, 연내 제·개정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
특히 시의 권한도 군·구로 넘어간다. 이를 위해 시는 어떤 권한을 넘겨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 시는 시민 밀착형 사무를 비롯해 주민편의를 높이는데 필요한 사무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군·구가 해당 사무를 맡을 때 효율성이 있는 것 등을 우선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시는 상반기 중 광역사무 군·구 이양 관련한 간담회와 실무협의 등을 여러차례 열고 최종 넘길 사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추진하는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에 따른 시 자체 이양사무 발굴에도 집중한다.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는 사무가 권한만 있고 책임만 주어진다면 자칫 업무만 떠안는 것으로 전락한다”고 했다. 이어 “이양받는 사무의 권한을 분석하고 시와 군·구간 사무 이양 과정에서도 같은 잘못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 인천시의회 인사권 독립 등 자치분권 강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지방의회의 역량 및 책임성 확대다. 구체적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주민의 조례 제·개정 폐지 청구권, 주민감사청구권 완화 등이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현재 시장이나 군수·구청장이 가진 시의회와 군·구의회의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각 의장에게 넘기는 것이다. 의회사무처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또 지방의회 정책보좌관 도입도 본격화한다. 광역·기초의원들의 자치 입법·예산·감사 심의 등을 지원하는 ‘정책 지원 전문인력’ 제도를 도입할 근거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부터 정책지원전문인력(8급 상당) 16명을 임시방편으로 채용한 상태다. 시의회는 앞으로 정책전문인력을 공식적으로 운영한다. 의원 정수(37명)을 기준으로 해 내년까진 4분의1인 9명, 2023년부터는 2분의1인 18명까지 둘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보공개 확대와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 지방의원 겸직금지 명확화 등 지방의회의 투명성을 높인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 2019년 주민중심 자치분권 운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남궁형 시의원을 주축으로 ‘자치분권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자치분권특위는 인천형 자치분권 모델을 마련하고 지방의회 역량 강화, 책임성 확보 등의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자치분권특위는 활동기간을 제8대 의회가 끝날 때까지인 오는 2022년 6월까지로 연장하며, 사실상 상임위원회 형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민중심 자치분권 운영체제를 확립하고 중앙정부의 지방자치제도 개편과 연계한 인천형 자치분권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0월엔 의원연구단체인 ‘인천형 자치분권&균형발전연구회’가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인천형 자치경찰 도입 및 이양사무 발굴 및 조직변화 연구 결과 등을 놓고 논의, 인천만의 특징을 살린 자치분권 정책을 찾고 있다.
■ 인천시민의 자치분권 인식·공감대 확산
시는 자치분권 시대엔 시민들의 인식과 공감대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2019년 자치분권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자치분권협의회를 구성·운영중이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당초 계획한 분권 토론회 등을 제대로 열지 못한 상태다. 시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 관련 행사 및 군·구 자치분권협의회 위원과의 연합 워크숍 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또 아직 관련 조례 제정은 물론 협의회를 구성하지 않은 군·구에 가능한 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는 자치분권에 대한 대시민 인식변화의 첫 발걸음으로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정부로 바꾸려 한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수평적·협력적 관계를 정립하려 한다. 그동안 박 시장은 ‘지방’이라는 단어가 일본의 잔재로 부정적 인식이 큰 만큼, 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같은 박 시장의 의지에 시의회 자치분권특위는 중앙과 수직적 관계를 의미하는 ‘지방’ 명칭을 삭제하는 조례를 발의하는 등 공공대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자치분권 촉진 및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자문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을 통대 대대적으로 시민에게 자치분권의 인식을 홍보해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라고 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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