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연필 놓는 아이들] 中. 출석 체크하다 수업 뒷전되는 학교

코로나19 여파 속 공교육이 부실하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교육 열풍이 더해지고 있다.

지역별ㆍ학교별 온라인 수업 방식이 다르다 보니 학원 등 사교육을 통해 학습 몰입도를 높인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학력격차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간(코로나19로 등교수업을 하지 않는 시기 포함) 경기도 내 초등학생(42.7%)과 중학생(52.8%) 절반가량은 일주일 중 5~6일을 학원에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수업 외 사교육을 이용하는 초중고생은 대부분 영어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학원을 갔다. 인기 과목은 영어(평균 50.7%p), 수학(49.1%p), 국어(24.5%p) 순이다. 초등학생은 체육(22.9%), 중학생은 역사(9.8%), 고등학생은 미술(5.9%) 등 기타 교과목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공교육에 대한 실망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한 해 학교 현장에서 돌봄 교실 문제 등 소란이 있던 데다가, 교육부가 법정 수업일수를 조정하면서 방학 기간이 짧아지는 등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장에선 출석 체크하다 수업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볼멘소리도 나올 정도다.

통상 학교 안 교육 활동은 ▲교과 지도 ▲창의적 체험활동 지도 ▲생활 지도 ▲학생 상담 ▲학습부진아 지도 등으로 구분되는데 학교 갈 일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이 모든 활동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특히 학습부진아 지도의 경우 기존에 이뤄지던 학부모ㆍ학생 대면 상담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도내 초중고 학교급 모두 ‘제대로 지도되고 있지 않다’는 분위기다. 학업 포기자가 나오는 우려도 이 같은 부분에서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교육 내실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지영 안양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는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하더라도 평가는 등교수업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를 ‘시험 보러 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며 “기존의 학교 틀을 고수하려는 부분도 학교 현장을 더 힘들게 했을 수 있다. 교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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