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운전의 법적 의미

도로교통법은 무면허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자를 형사처벌(도로교통법 제43조, 제44조)하고 있다. 또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사람을 상해 내지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위험운전치사상(제5조의11)으로 형사처벌한다. 자동차와 같이 편리하지만 커다란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는 교통수단을 면허 없이 운전하거나 술 또는 약물에 취해 운전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여기서 자동차운전의 법적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차마 또는 노면 전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중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걸고 발진 조작을 해야 한다(대법원 1999년 11월12일 선고 98다30834 판결, 대법원 2009년 5월28일 선고 2009다9294, 9300 판결 참조).

최근 차량이 경사길에서 시동이 꺼진 상태로 술에 취한 A씨가 제동장치를 조작해 뒤로 밀리는 바람에 정차해 있던 택시와 부딪혔고, 이로 인해 택시기사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A씨를 특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됐다. 1심은 A씨가 제동장치를 조작해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며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은 사고 당시 차량 엔진 시동은 꺼진 상태였고, 차량이 뒤로 진행했더라도 이는 A씨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이어서 운전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A씨가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해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대법원은 적어도 시동이 켜진 상태여야만 자동차 운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위 사안에서 A씨가 제동장치를 조작한 것이 차량운전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시동이 켜진 상태가 아닌 이상 이를 두고 자동차 운전이라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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