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는 철도 하나없는 찬밥 신세”… 3기 신도시 패스트트랙 추진에 뿔난 2기 신도시

29일 시민들이 김포공항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아직 착공도 안 한 3기 신도시의 교통대책을 보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 마저 듭니다”

정부가 최근 3기 신도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2기 신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은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교통 문제는 외면하고 이슈가 되는 ‘3기 신도시’만 챙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29일 오전 7시께 김포골드라인 장기역은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김포공항행 경전철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전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이미 탑승해 있는 사람들 사이로 몸을 구겨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 안은 수용인원(300명)을 훌쩍 넘겨 400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과포화 상태였다.

▲ 29일 장기역에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2)
29일 장기역에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출근길 지옥이 매일같이 이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김포에는 양촌에서 출발해 구래, 마산 등 김포 시가지를 지나 김포공항까지 연결되는 김포골드라인이 있지만, 이는 2량짜리 경전철(수용인원 300여명)로 일반 전철(수용인원 1천~1천500명)에 비해 수용인원이 적다. 이에 주민들은 9호선 연장 등 추가적인 교통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풍무역에서 가산디지털 단지까지 매일 출퇴근한다는 김희경씨(31)는 “출근길에 나설 때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9호선 연장 등) 교통대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1월31일 오후 3시 기준 ‘2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광역철도망 없는 검단신도시, 김포신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는 1만1천746명이 동의했다. 청원에는 “정부만 믿고 교통대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보면 허탈감만 느껴진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 29일 장기역에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29일 장기역에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정부가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의 광역교통대책을 확정 짓는 등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쏟아내면서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기 신도시의 교통 문제는 미뤄두고 이슈가 되는 3기 신도시만 챙긴다는 지적이다.

특히 GTX나 서울 지하철 등이 없어 광역교통대책이 미비하다고 평가받는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거주하는 이철웅씨(52)는 “3기 신도시는 온갖 교통정책을 다 지원해주면서 2기 신도시에 거주하는 우리의 요청을 무시하는 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는 3기 신도시 입주 시 교통불편을 최소화한다며 입지 발표와 함께 교통대책을 마련, 기존 대비 평균 16개월 이상 조기에 교통대책을 확정했다. 이에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은 현재 모두 확정된 상태다.

▲ 29일 풍무역에서 시민들이 몸을 구겨 넣으며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9일 풍무역에서 시민들이 몸을 구겨 넣으며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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