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학생 딸이 입에 담기 힘든 욕을 달고 삽니다. 흔히 듣던 속어는 물론 글로 옮기기도 민망한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깜짝 놀라 아이를 다그치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자녀의 행동을 더욱 엇나가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욕에 대해 일부 학생만의 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 10대들은 성적이나 품행과는 무관하게 ‘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한국 초중고교생 126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일 욕을 한 번 이상 한다는 이는 73.4%인 반면 욕을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은 5.4%였습니다. 즉 욕을 안 하는 학생은 2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욕을 하는 이유는 ‘습관(25.7%)’이 1위였고, ‘남들이 쓰니까’(18.2%), ‘스트레스 해소’(17%), ‘친근감 표현’(16.7%) 등이 그다음 순이었습니다.
특히 SNS가 활성화되면서 점차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약해지고, 온라인 내 또래집단 사이에서 사용하던 은어가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속어 사용 시 감정 상태에 대해 ‘별 느낌 없다’라고 느끼는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의 언어습관을 실생활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욕에 대한 죄책감도 없고, 부끄럽거나 기분 나쁘지도 않은 무감각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갑자기 아이가 은어나 속어를 눈에 띄게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과 어울리는가, 어울려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언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쌍방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자극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나머지 한쪽도 자기도 모르게 닮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또래집단으로부터 이탈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청소년기적인 특성과 맞물려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단순히 또래들이 쓰는 말을 따라하는 정도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지만 그것이 나쁜 행동으로 이어질만한 여지가 있다고 판단될 땐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은어나 속어를 사용하는 빈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자녀가 있는 공간에서 올바른 언어습관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서 욕설을 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하여 자녀들이 좋은 언어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가 잘못된 표현을 쓰면 즉시 좋은 표현으로 교정해주고 순화된 말로 다시 말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은어나 속어의 원뜻을 알려주고 대체어를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마음상태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의 언어가 거칠어진 원인은 자녀의 마음상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입시지옥이라고 불리는 교육 환경과 약육강식의 경쟁 체제 속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들보다도 더 큰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녀와 마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고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강한모 수원시청소년재단 상담복지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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