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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인슐린 맞으러 화장실로...주사보다 더 ‘따가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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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인슐린 맞으러 화장실로...주사보다 더 ‘따가운 편견’

도내 2천500명 중 1명은 ‘제1형 당뇨’ 앓아
비만과 관계없이 전 연령대 걸쳐 발병 가능
성인병 오해 등 사회적 인식 걸음마 수준
어린학생, 몰래 스스로 투약 ‘보호 사각지대’
도교육청 “주사환경 조성·인식개선 교육 병행”

경기도내 학생 2천500명 중 1명은 소아당뇨(제1형 당뇨병)를 앓고 있다. 2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ㆍ중ㆍ고등학교 재학생 중 소아당뇨를 앓는 평균 학생 수는 700여명(2018년 730명ㆍ2019년 698명ㆍ2020년 700명 추정)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작용이 상대적으로 저하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중 제1형 당뇨병은 만 18세 이하 학령기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서 ‘소아당뇨’라고도 불린다. 비만과 관계없이 보통 자가 면역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췌장 베타세포가 90% 이상 파괴되면 인슐린이 부족해지면서 시작된다. 운동이나 식사관리로는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반드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혈당 수치만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소아당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보호체계는 여전히 미흡해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숨어 병마와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소아당뇨 인식… 여전히 걸음마 수준

소아당뇨 학생들의 고통은 잘못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아당뇨라 불리는 ‘제1형 당뇨병’은 흔히 잘못된 식습관으로 발병되는 ‘제2형 당뇨병’과 다르다. 유전적 질병 등으로 발병하나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소아당뇨는 전 연령대에 걸쳐 발병할 수 있으며 생활습관과는 무관하다. 교통사고처럼 누구나 갑자기 발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아당뇨 학생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학교에 병명을 숨기고 화장실 등에 몰래 숨어 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당뇨는 성인병 아니냐”, “당뇨병은 주사를 맞기보다 생활습관을 먼저 고쳐야 한다” 등이 대표적인 1형 당뇨에 대한 오해들이다.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소아당뇨 학생들의 피해는 비상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간혹 저혈당을 느끼지만, 주사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일 때 소아당뇨 학생들은 사탕이나 젤리 등을 섭취한다. 당분이 들어간 식품은 혈당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소아당뇨 학생에게 사탕과 젤리는 생명줄과도 다름없다.

그러나 소아당뇨임을 밝히면 인식이 부족한 주변인들은 되레 간식거리를 못 먹게 하거나 비난하는 게 현실이다. 소아당뇨 학생들은 혈당이 낮아지면 혈당성 쇼크가 와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고, 호흡저하ㆍ곤란, 기도마비 등이 올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림자 뒤로 숨는다.

도내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여전히 소아당뇨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어린 학생들이 주변의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인식이 부족하다. 의료계와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소아당뇨의 국민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소아당뇨’ 학생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소아당뇨 학생들을 위한 ‘당뇨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큰 틀에서 △소아청소년기 당뇨병 이해 △당뇨병 학생 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매뉴얼 △응급상황 대처 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모든 교직원은 당뇨병 기본개념과 저혈당ㆍ고혈당을 인지해 대처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보건교사의 경우 응급상황 발생 시 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소아당뇨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과 기자재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저학년 학생들이다. 소아 청소년의 당뇨병 관리는 주로 혈당 측정과 인슐린 주사, 저혈당 대처, 운동, 식사 관리로 구성된다. 인슐린 주사만 하더라도 보통 하루 4회 이상의 주사를 놓는 다회주사법이나 인슐린 펌프를 활용해야 한다. 현행 학교 보건법상 저혈당쇼크 등 응급 상황에 보건교사가 투약행위를 할 수 있지만, 인슐린의 용량은 결정할 수 없다. 결국 어린 학생들이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하는 셈이다.

서재선 대한당뇨병연합 환자가족위원회장은 “저학년의 소아당뇨 학생을 둔 학부모는 아이들 곁에서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며 “보건교사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청 차원에서도 소아당뇨 학생을 관리할 수 있는 도우미를 학교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소아당뇨 학생들을 파악해 학부모 상담을 비롯한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며 “보건실을 포함한 독립된 공간에서 인슐린 주사를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소아당뇨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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