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경기] 30만원서 500만원까지… 불붙은 출산 지원금 경쟁

첫째 자녀까지 출산 장려금 확대하고, 케이크·유모차·카시트 등 선물 공세도

올해 도내 지자체의 출산ㆍ육아 지원금을 살펴본 결과, 정부와 도의 공통 지원을 제외하면 출산 후 거주하는 지자체에 따라 지원금은 천차만별이었다.

 

■ 출산·양육 최대 화두… 지자체 각종 지원 눈길

정부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은 공통 사항이다. 정부는 만 7세(86개월)까지 양육수당을 지원해 최대 1천20만원, 아동수당 840만원 등 총 1천860만원을 지급한다. 경기도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지역 화폐로 50만원씩 지급한다. 도내 31개 시·군은 각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출산장려금(출산지원·축하금 등)’을 준다.

올해 5월 출산을 앞둔 안산시 거주 이민정씨(32)는 지자체 공통 지원인 임신 전(예비맘) 및 산전 검사, 임산부 등록관리 및 엽산 ㆍ철분제 등 영양제를 보건소에서 받는다. 특히 시에서 임산부와 신생아의 생활안전보험을 지원하는 ‘품안애 안심보험’에 가입된 상태로, ‘임신부 100원 행복택시’를 이용해 100원만 내고 산부인과에 갈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하면 도내 출산 가정 누구든 지원받는 경기도산후조리원비 50만원에, 안산시에서 첫째아 출산 시 지급하는 100만원의 출생축하금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1월 연년생으로 둘째아를 출산한 양평군민 박현지씨(36)는 올해 출산장려금으로 500만원(4회 분할)을 받는다. 지난해엔 첫째를 출산하면서 300만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경기도산후조리비용 2회(50만원 X 2회=100만원)까지 합하면 2년간 출산지원금만 900만원에 달한다. 반면, 박 씨가 수원에서 둘째아까지 출산했다면 최근 2년간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150만원(경기도산후조리비용 50만원 X 2회 + 둘째아 출산지원금 50만원)이다.

출산 후 축하선물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고양시 모든 출생가정에 손세정제 시트와 탄생축하 쌀케이크를 선물로 준다. 안양시는 출생 축하용품으로 20만원 상당의 물품이 들어 있는 ‘아이좋아행복꾸러미 서비스’를 지원한다. 휴대용 유모차, 카시트, 식탁의자, 유축기 등 원하는 품목을 선택해 택배로 신청할 수 있다. 용인시는 모든 출산가정에 산후도우미를 지원하는 ‘용인형 찾아가는 친정엄마 서비스’를 지원해 출산비용 부담을 던다.

■ 너도나도 경쟁식 지원금 경쟁… 실효성 있는 고민 있어야

문제는 지자체의 각종 현금성 지원과 육아 지원 서비스에도 합계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합계 출산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수원시다. 수원은 출산장려지급액 등 출산과 관련된 지원으로 2016년부터 5년간 119억6천850만원을 썼으나, 합계 출산율은 2016년 1.19명에서 0.80명으로 큰 폭으로 내려갔다.

안산시는 출산장려금을 2016년 6억원에서 2020년(68억4천700만원)까지 11배 이상 올렸으나, 역시 합계 출산율은 2016년 1.10명에서 0.87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출산장려금은 타 지자체 간 경쟁식으로 번지고 있었다.

2017년 도내 지자체의 출산장려금 지급 합계는 199억2천720만원에서 2019년 441억3천487만원으로, 2년 만에 2.2배 늘었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확대하고, 둘째아나 셋째아에게만 주던 출산 장려금을 첫째 자녀까지 대폭 확대하면서다.

시흥시는 2017년 둘째아 출산(20만원)자를 기점으로 1천435명에게 4억3천3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했으나 2018년에는 첫째아 50만원, 둘째아 100만원 등 2천904명에게 25억450만원을 지급했다. 이처럼 지원금액이 여섯 배나 뛰어오르고, 첫째아 출산까지 전 자녀를 대상으로 지급액을 확대하자 이듬해 성남, 평택, 광주 등 타 지자체도 전 자녀를 대상으로 출산지급액을 확대했다. 성남시는 출산장려금으로 2018년 12억6천만원에서 이듬해 24억 6천250만원으로 지출을 두 배 가량 늘렸고, 평택시는 같은 기간 14억5천480만원에서 이듬해 25억9천950만원으로 1.8배 늘렸다.

과다한 수당 경쟁을 벌이는 지자체의 고민도 깊다. 출산율 제고에 큰 영향이 없는 줄 알면서도 따라가기식 경쟁을 벌이며 현금을 쏟아붓는다는 푸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기보단 현금 지원 등 손쉬운 해법만 찾기에 모두 급급한 상태로 지역 간 예산 경쟁만 부추기고 열악한 재정 상황만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정부 주도 하의 출산 관련 정책과 예산이 책정되고 각 지역에 맞는 균등한 예산 배분된다면 지역 간 격차나 출산장려금 먹튀 논란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길 덕성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 관련된 정책만 200여개에 달하는데, 그 중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은 출산과 관련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젊은 층의 인식 개선과 함께 출산율 증가를 위한 보육 정책 등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계속 나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텔링팀=정자연·김경수·이광희·장건·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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