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 투기 의혹 합동조사] 땅 쪼개고 묘목 심고, 수상한 움직임… ‘곪은 관행’ 터졌다

사전 정보 입수, 보상 노린 듯...작년 8·4대책 전 3개월 167건 2·4대책 직전 30건 토지 거래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합동조사에 돌입한 가운데 지분 쪼개기 등 ‘투기 의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묵혀 왔던 관행이 이번 일을 계기로 터진 것이라며 강력한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분쪼개기에 묘목심기까지…의심스러운 정황 다수

4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LH 임직원 구매 의심 토지 현황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들이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쉽게 확인됐다.

시흥시 과림동의 한 논은 지난 2019년 6월3일 두개로 나뉘어 5명의 LH 임직원들에게 팔렸다. 논 중 3천996㎡는 직원 4명이 15억1천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했고, 2천793㎡는 직원 1명이 다른 지인과 함께 10억3천만원에 사들였다. 3천996㎡ 논을 산 직원 2명은 33.3%씩, 나머지 2명은 절반인 16.6%씩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3천996㎡의 논을 사는 데 동참한 한 직원은 지난해 2월27일 과림동의 밭에도 투자했다. 다른 직원을 포함한 6명과 함께 22억5천만원에 5천25㎡를 사들였으며, 이후 이 필지는 1천407㎡, 1천288㎡, 1천163㎡, 1천167㎡ 등 네 필지로 나뉘었다. 네 필지 모두 LH의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천㎡ 이상이다.

또 이들 필지에는 묘목 2천그루까지 급하게 심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보상을 염두에 두고 지분쪼개기와 묘목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동산 대책 발표 전 비정상적으로 거래 급증…“정보 유출 의심”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 거래 건수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전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 정보 유출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지역의 토지 거래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는 지난해 8ㆍ4 대책과 지난달 2ㆍ4 대책 직전에 집중됐다.

8ㆍ4대책 전 3개월간 이 지역에서는 167건의 토지 거래(193억여원)가 이뤄졌다. 해당 기간 이전 거래 건수는 월 한자릿수 대에 불과했다. 이 지역의 토지거래는 8ㆍ4 대책 발표 후 급락하면서 잠잠해졌지만, 2ㆍ4 대책 전 3개월간 다시 30건(129억여원)의 토지거래가 이뤄져 공공정보 유출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 터진 것…명명백백하게 밝혀야”

전문가들은 예견된 일이 터졌다며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강력한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명도 아니고 열명이 넘는 직원들이 관여됐다는 것은 LH 내부적으로도 이런 일들이 관행처럼 뻗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검찰과 감사원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향후 부동산 정책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일로 신뢰가 깨지면 기존에 보상이 수월하게 진행되던 지역들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고,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도 함께 참여하는 주택 공급 모델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희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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