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강조하면 사건 배당 바꾸나/땅 투기 수사, 경찰 출발은 어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땅 투기 발본색원을 주문하고 있다. 한 가지 소재에 대해 대통령이 이렇게 자주, 강력히 강조했던 적은 드물다. 그만큼 정권이 보는 상황이 엄중하다. 문재인 정부 최대 정책 실패는 부동산이다. 집값 폭등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터진 땅 투기 의혹이다. 힘 있는 집단의 땅장사 의혹이다. 분노가 크다. 여론이 어디로 튈지 짐작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수사 촉구도 이미 LH를 넘어섰다. 청와대까지 모조리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LH, 국토부, 관계부처, 청와대로 확산되는 전방위 조사다. 정부에도 총리 산하 합동조사단이 운영에 들어갔다. 청와대에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가 가동되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 다 행정적 대책이다. 다시 말해 ‘조사’다. 그저 실태를 파악하는 측면이 강하다. 땅 거래를 추적하고, 투기 의혹 여부를 들여다보려는 수준이다.

지금 국민의 요구는 엄정한 사법처리다. 누가 어떤 땅을 샀느냐가 아니다. 어떤 투기자가 어떤 처벌을 받느냐다. 이 분노의 핵심을 풀어갈 기관이 경찰이다. 그것은 ‘수사’이고, 그 수사는 오직 경찰에서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관심은 경찰로 모이게 될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이룬 원년이다.

초반, 경찰 수사는 매끄럽지 않다. 사건 배당ㆍ지휘가 그랬다. 당초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의 관할 지역이 경기 지역이라고 봐서다.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한 조사가 언급되자 바꿨다. 국수본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했고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수사를 담당할 기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오락가락한 것이다. 수사가 권력의 지휘를 받는 듯한 모양새다.

이번 수사가 풀어야 할 의혹에는 권력층 연관성이 있다. 정치인이 연결됐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묵인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엮여 있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청와대도 조사하라’고 했다. 청와대 연루 가능성도 배제 안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대통령 지휘를 받듯 하고 있다. 이런 사건 배정 절차가 국민에 어떻게 비춰지겠나. 성역 없는 수사라고 신뢰받을 수 있겠나.

경찰은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정보도 갖고 있다. 첨단화된 수사력 또한 최고다. 국민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부분은 의심 안 한다. 평가하려는 건 독립된 수사 의지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가질 수 있느냐다. LH 땅 투기 사건은 이 궁금증을 보란 듯 풀어줄 기회다. 국민이 믿는 경찰로 완전히 우뚝 설 수 있는 시험대다. 시작은 안 좋았다. 좌충우돌하며 점수를 잃었다. 이제부터라도 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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