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산 산 山 내 川 들 野] 여주 여강길

‘여주의 세월’ 품고 흐르는… 물길, 名作이 되다
유난히 수려한 강, 여주 관통하는 물줄기 별칭
시민단체들 “맑은 물과 고운 모래 지키자”
2000년초 ‘남한강 정비사업 골재채취’ 반대운동

▲ 우만리 나루터 전경
우만리 나루터 전경

여강길은 시詩요 그림이다

이 길을 걷는 즐거움은 행복이다

강은 좋은 길이 된다. 순풍에 돛이라도 달면 물길은 땅 길보다 훨씬 빠르기도 하다. 강안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얼마나 멋진가. 그리하여 오래 전부터 물길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이어 왔다.

여강은 물길 중에서도 더 없이 중요한 길이다. 서울 한가운데를 흐르는 한강 상류가 바로 여강이며, 수많은 물산을 실은 배가 여강을 지나갔다. 조선시대 큰 나루터 네 개 중에 두 개가 여강에 있을 정도였다. 서울의 마포나루와 광나루, 여강의 이포나루와 조포나루가 그 넷이다. (장주식의 <여강길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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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산중 구곡양장 겹겹의 계곡을 돌고 돌아 여주땅에 닿는 수려한 풍광 여강

여강(驪江)은 남한강의 물줄기 중 여주땅을 관통하는 물줄기의 별칭이다. 여강은 ‘유난히 수려한 강’이라는 뜻에서 얻어 진 이름이다.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1천418m)의 깊은 계곡 안쪽, 검룡소에서 한강 물줄기가 시작된다. 514km, 1천300리 한강 물줄기에는 수많은 이름들과 사연들이 담겨져 있다. 검룡소에서 분출하는 힘찬 물줄기 ‘골지천’은 백두대간의 서편자락, 첩첩산중 겹겹의 계곡을 돌고 돌아 정선땅 여량에 닿는다. 이곳에서 대관령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송천’과 아울려 ‘조양강’이 된다. 그래서 이곳 이름이 ‘아우라지’가 되었다. 옛날에는 마포나루까지 물길로 뗏목을 띄어 보내던 곳이었다. 조양강은 영월에 닿고 그 이름도 ‘동강’으로 바뀐다. 구곡양장 동강은 영월땅을 관통하고, 평창에서 흘러 온 ‘서강’과 만나 드디어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는다. 서강에는 굽이쳐 흐르는 하천의 침식과 퇴적 등에 의하여 만들어진 한반도를 빼닮은 지형도 있다.

남한강은 충청도 단양땅을 적시면서 단양팔경의 네 곳, 석문과 도담삼봉, 구담봉과 옥순봉의 절경도 연출한다. 강물은 계속 흘러내려 충주땅에서는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인공호수 충주호를 펼쳐 놓는다. 충주호를 떠난 물길이 드디어 여주땅에 다다르고 아름다운 강마을을 휘감는다.

■ 곱고 아름다운 모래가 빚은 여강의 수난…시민정신, 수난을 딛고 삶이 흐르는 여강길을 탄생시키다

강물이 흘러 흘러 천년만 가리, 만년만 가리 - 수천년 맑은 물과 아름답고 고운 모래. 수많은 철새와 물고기가 공생하던 아름다운 강 여강!! 이 아름다운 여강의 고운 모래가 수난을 불러 왔던 때가 있었다. 2000년 초부터 경기도에서는 남한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골재채취사업이 추진됐다. 이에 여주에서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맑은 물과 고운 모래를 지키자는 반대운동을 일으켰다. 이 반대운동에 참여한 여러 단체와 성직자 그리고 강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우선 여강의 가치를 바르게 알아 보자는 취지로 여강 강변을 찬찬히 걸어 봤다. 당시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이전이라 맑은 물, 고운 모래, 아름다운 여울들과 생명을 품고 있는 습지들이 잘 보존돼 있었다. 처음 택한 순례길은 여주시청에서 이포대교까지 여강의 하류였고 연이어 남한강의 숨은 길들을 연결하며 걸었다. 그 결과 여강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세상에 알려졌고 뒤이어 해마다 지역의 학생들과 함께 본격적인 여강의 도보순례가 진행됐다. 이후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정부에 의해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여강길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 여주여강길’로 지정됐다.

■ 이야기가 많은 문화생태탐방로 11개 코스, 여강길은 지친 삶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여주 나들이길에는 각양 각색의 다양한 테마가 있다. 문화역사탐방코스와 여강길 둘러보기코스가 큰 기둥이지만 긴 구간의 자전거코스와 농촌체험코스, 쇼핑나들이코스도 만만찮은 코스다.

11개 코스로 구성된 여강길 코스에서는 볼거리가 너무 많아 여러 차례의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외지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많이 찾는 코스는 제1코스 ‘옛나루터길’이다. 옛 여강에는 총18개의 나루터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나루터를 통해 장을 보고 소와 땔감을 실어 날랐다. 강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는 곳이 옛 나루터의 흔적이다. 여주역에서 시작하여 도리마을까지 걷는 1코스 옛 나루터길에는 현재 부라우, 우만리, 흔암리 나루터 세 곳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주역에서 출발해 여주터미널을 지나 ‘달을 맞는 누각’이라는 뜻의 영월루를 시작으로 여강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제방을 쌓기 전 모래에서 은빛이 난다고 해서 금은모래라고 부르는 강변유원지를 지난다. 지금은 캠핑장소로 연중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남한강이 연양천과 만나는 합수지점에서 복원된 황포돛배를 탈 수 있고 수운이 발달했던 시대의 정류장인 나루터를 지나는데 이호, 부라우, 우만리 나루터를 만난다.

■ 신륵사와 파사성, 그리고 여주의 먹거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이 산속에 지어졌는데 신륵사는 유별나게 강변에 있는 절이다. 남한강변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고,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고승 나옹선사(懶翁禪師ㆍ1320∼1376)가 입적하면서 유명한 절이 되었다. 여강을 굽어볼 수 있는 나옹선사의 당호를 딴 정자 강월헌은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명소다.

파사성은 파사산(해발 251m) 정상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축성한 삼국시대의 석축산성이다. 성 전체 둘레는 936m이다. 정상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와 이포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계에서는 “여주는 몰라도 천서리는 안다” 는 말이 있다. ‘천서리’ 가 지명인 것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천서리는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의 지명이다. 이광정 할아버지가 젊은 날, 이곳에서 막국수집을 시작해서 유명해지자 주변에는 막국수집 여러 곳이 문을 열어 이곳은 천서리막국수촌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 졌다. 지금 이곳에는 ‘천서리막국수’ ‘홍원막국수’ ‘강계봉진막국수’ 세 곳이 모범음식점으로 성업중이다.

글_우촌 박재곤 / 사진_사진단체 여강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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