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THE 클래식] 브람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음악으로 승화

브람스의 생애는 그의 음악과 무척이나 닮았다. 독일의 북부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람스는 더블베이스 연주자인 아버지에게서 음악적 재능을, 아버지보다 17세 연상의 어머니에게서는 성실한 성품을 물려받았다.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던 그는 또한 깊은 신앙심과 강한 애국심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는 그의 창작 활동에 크나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자기반성이 심했던 브람스는 어린 나이에 비해 많은 작품을 썼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불구덩이에 집어넣어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고지식하고 엄격했던 그였지만 반대로 주위 사람들에게는 관대하고 인정이 많았다. 특히 평생을 마음속으로 연정을 품었던 스승의 아내 클라라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브람스가 슈만 부부를 만난 다음해인 1854년, 슈만은 정신병에 시달린 나머지 급기야 강물에 투신하여 자살을 시도했고, 정신병동에서 2년여 투병하다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슈만이 자살을 기도했을 시기부터 클라라가 생을 마감하던 순간까지 브람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생활하며 오로지 클라라와 그녀의 자식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게 된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있을 클라라를 위해 작곡도 하게 되는데,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9번>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클라라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녀를 웃게 하는 것이 브람스에게는 참으로 큰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이것은 결국 그녀에 대한 사랑임이 분명하였겠지만, 그는 애써 부정하려 했다. 그것은 스승 슈만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 때문이며, 클라라에 대한 존경심과 깊은 우정에서 나온 것이라 믿으려 했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클라라만을 마음속에 담았던 그는, 거기서 샘솟는 모든 힘과 열정을 작곡에 쏟았다. 죽음이 임박한 클라라를 위해 만든 곡 <4개의 엄숙한 노래>는 세상을 하직하는 그녀에게 브람스가 바치는 마지막 존경과 사랑의 선물이었고, 브람스의 사랑은 모두 그렇게 음악으로 승화되었다.

정승용 작곡가ㆍ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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