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수탁부동산 임의처분과 횡령죄 성립 여부

‘명의신탁의 법률관계’에 대해 기고하면서, 민사법적 관계와 형사법적 관계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중 형사법 관계에 대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를 위해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수탁자가 신탁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횡령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존 판례를 변경했으므로 이를 소개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해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해서는 아니 되고,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뤄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 받도록 돼 있다.(종중, 배우자, 종교단체에 대한 특례가 적용되는 경우는 예외)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 취지에 비춰 보면,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 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수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 따라서 위 양자 간의 위탁관계도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수탁자가 신탁자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거나, 또는 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처분행위가?유효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수탁자가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또한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뤄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뤄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처럼 이제는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불가능해졌으니, 명의신탁을 아예 자제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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