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설물 유지관리 영세업계 존폐기로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산업 업종 개편을 시행할 계획이다. ‘건설산업 혁신 방안’의 일환 중 하나인 시설물 유지관리업 개편은 오는 2023년까지 시설물유지관리업자들이 종합 또는 전문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2024년에는 자동으로 자격을 말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시설물유지관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종합ㆍ전문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통합하는 게 문제다. 업체 간 경쟁을 확대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명분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세한 시설물 유지관리업자들이 힘들어지게 된다. 심할 경우 상당수 업체가 존폐 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 업계가 그렇게 우려하고 있다. 기술력과 장비에서 대형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본보가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수도권에서 20년 넘게 시설물유지관리업에 종사해온 A씨의 경우다. 종합업, 전문업종 업체들이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도 종합, 전문업을 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이것 자체가 경쟁이 안 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종합업에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지만 영세한 시설물유지관리업체가 종합업계에서 하는 아파트 시공 등을 할 수나 있겠냐는 설명이다. 맞는 말이다. 안양에서 같은 업종을 운영하는 B씨도 같은 의견을 냈다. “해외의 여러 나라를 보면 전문적인 분야의 업종을 키워 일자리 창출을 하거나 기술력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이번 국토부의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보면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일해온 시설물 유지관리 업자들을 사장시키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역시 틀렸다 할 수 없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런 지적에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과적 규정을 두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세업자들을 위해 시설물유지관리업자가 종합이나 전문업으로 업종전환 시 추가 자본금과 기술자 보유 등 등록기준 충족 의무를 2029년 말까지 면제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업계의 건의사항을 지속 청취해 나가면서 업역·업종 개편 등 정책 안내, 애로사항에 대한 상담 등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업계 위기감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영세 업체에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다 면밀히 현장의 소리를 듣고, 대책을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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