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사람이 내는 ‘눈길’ 더욱 예쁘다

눈길

                   신난희

 

 

 

 

 

 

 

 

우리 집은

106동 1004호

은지네 집은

맞은편

206동 1004호

자꾸자꾸

쳐다봤더니

눈길 따라

반질반질

공중에도

길이 났다

아파트란 곳은 어찌 보면 이웃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곳. 그러다 보니 마주치는 얼굴끼리도 모른 채 지나쳐버리는 게 일쑤다. 인사는커녕 그 흔한 미소조차도 없이 지낸다. 이 동시 속의 두 집도 그렇게 지내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꾸자꾸/쳐다봤더니//눈길따라/반질반질’. 뭔가 달라진 모양이다. 그냥 보고 지나쳤으면 달라지지 않았을 게 자꾸 보니 달라졌다는 얘기다. 아, 그러고 보니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란 대중가요 가사가 생각난다. 보고 또 보면 나도 모르게 정이 든다는 얘기다. 어디 대중가요뿐인가? 짧아서 더욱 유명해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도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공중에도/길이 났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길인가. 세상의 그 어느 길보다도 예쁘다. 꽃길도 예쁘지만 사람이 내는 ‘눈길’은 더더욱 예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부터는 우리 모두 눈길을 내는 사회가 됐으면 참 좋겠다. 아는 사람끼리는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도 눈길을 내자.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와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내는 눈길은 또 얼마나 곱겠는가. 잘 차려입은 사람과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이 내는 눈길은 또 얼마나 따뜻할 것인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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