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ㆍ21학번이 말하는 2021년] 사라진 캠퍼스, 방구석 새내기

코로나19 여파로 3학기째 비대면 강의만 듣고 있는 수도권 한 대학교 경영학과 20학번 A군이 19일 온라인으로 제출할 과제를 작성하고 있다. A군은
코로나19 여파로 3학기째 비대면 강의만 듣고 있는 수도권 한 대학교 경영학과 20학번 A군이 19일 온라인으로 제출할 과제를 작성하고 있다. A군은 "대학 입학식도 못하고 온라인 강의만으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며 "군대를 먼저 다녀오기 위해 1학년 마치고 입대 신청을 했으나 이마저도 대기자가 많아 올해 9월 입영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시범기자

“고등학생 때부터 기대해왔던 ‘캠퍼스 낭만’ 대신 비운의 학번이라는 꼬리표만 붙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꿈꿔온 대학생활의 로망은 그들에게 없었다. 축제는 커녕 학식조차 먹어본 적 없고, 입학 첫 오리엔테이션도 경험한 적 없다.

지난해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는 그렇게 20ㆍ21학번 새내기 대학생의 캠퍼스 로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른바 ‘비운의 학번’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

경기대학교 21학번 A씨(19)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A씨의 소소한 꿈은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쌓을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동기와 선배를 제대로 만날 수 조차 없는 현실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신입생 OT(오리엔테이션)와 MT(멤버십 트레이닝) 등 새내기 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OT와 MT를 비롯해 단체 과점퍼를 맞추고 찍는 사진, 종강파티 등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 “새로운 경험이 아닌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한 해 먼저 대학생활을 시작해 말 그대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학번이 느끼는 감정은 좀 더 복잡하다.

아주대에 재학 중인 20학번 B씨(20)는 요즘 들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무기력감에 빠져 산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친구조차 제대로 만날 수 없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이어나갔지만, 이마저도 누릴 수 없게 됐다. 그가 일하던 식당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B씨에게 해고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늘어난 건 집에 있는 시간뿐이다. B씨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게임을 하며 보내거나 저녁에 혼자 술을 마시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

B씨는 사회생활이 줄어들게 되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와 우울감이 합쳐진 신조어)를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일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그런 보람조차 느끼기 어려워졌다”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무기력감만 느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생활 방식에 무력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늘었고, 동기ㆍ선배들과 어울리는 대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사라진 축제와 체육대회, 개강총회, 각종 학과 행사 등 대학생활의 로망 대신 다가온 무거운 고립감은 이제 막 해방감을 맛봐야 할 청년들에게 또 다른 장애물이 되고 있다.

박준상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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