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法석] 열 살 조카 ‘물고문 살인’ 부부, 참혹했던 만행 공개

檢, 3차 공판서 A씨 직접 촬영했던 학대 영상 13건 공개
온몸 곳곳 멍자국 아이 생전 마지막 모습에 방청석 통곡
증거조사 후 의견 제시하란 재판부 물음에 변호인 “없다”

열 살 조카를 수차례 폭행하고 물고문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 부부의 3차 공판이 8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렸다. 검찰은 이날 A씨가 직접 촬영해왔던 학대 영상들을 증거자료로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 늑골이 부러진 탓에 A씨의 겁박에도 왼팔을 들어올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피해아동의 생전 모습. MBC PD수첩 방송 화면 캡처

8일 오후 수원지법 301호 법정. 수척한 낯빛의 여성이 연두색 수형복 차림으로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귀신을 내쫓아야 한다는 이유로 열 살짜리 조카를 수차례 폭행하고 물고문한 끝에 숨지게 했던 무속인 A씨(34)였다.

검찰은 이날 A씨 부부의 만행이 담긴 영상들을 공개했다. 이모 부부의 잔혹한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되자, 방청석에선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모가 직접 찍은 조카의 얼굴은 참혹했다. 아이의 두 눈가는 주먹보다 크게 부어 올랐고 검붉은 멍자국이 선명했다.

A씨는 지난 1월20일 아이를 커다란 파란색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게 한 뒤 배변봉투에 담긴 개의 대변을 먹도록 강요했다. 상냥한 말씨로 ‘입에 쏘옥’이라던 A씨는 아이가 망설이자 “야, 장난해! 내가 너한테 그렇게 가르쳤어?”라고 소리치며 돌변했다. 겁을 먹은 아이는 대변을 입에 넣었고 이 장면이 재생되는 순간 방청석은 탄식과 울음으로 가득 찼다.

아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인 지난 2월7일, A씨는 계속해서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고 양손을 위로 들게 했다. 아이는 당시 왼쪽 늑골이 부러진 탓에 이모의 다그침에도 쉽사리 왼팔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열 살 소녀는 손을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힘 없이 떨어지는 왼팔을 오른손으로 부여잡았지만, A씨는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고 손을 놓으라 고함쳤다.

특히 사망 당일 영상에서 아이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지난 2월8일 오전 11시 A씨는 “이모부 쪽으로 걸어”라고 지시했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오른쪽으로 비틀거리던 아이는 결국 거실에 놓인 강아지 울타리 쪽으로 크게 넘어졌다. 어린 조카는 쓰러지는 순간에도 두려운 듯 이모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이후 A씨는 남편 K씨(33ㆍ국악인)와 빨랫줄로 아이의 손발을 꽁꽁 묶은 뒤 물이 채워진 욕조로 데려갔다. 이모 부부는 완력으로 조카의 머리를 물에 집어넣고 50분에 걸쳐 물고문을 연상케 하는 학대 행위를 이어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열 살 소녀는 끝내 숨을 거뒀다. 부검감정서를 통해 밝혀진 사인(死因)은 다발성 피하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와 익사로 드러났다.

귀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열 살 조카를 때리고 물고문한 끝에 숨지게 한 무속인 이모 A씨. 연합뉴스
귀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열 살 조카를 때리고 물고문한 끝에 숨지게 한 무속인 이모 A씨. 연합뉴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조휴옥) 심리로 열린 이 사건 3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A씨와 K씨 부부의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자료를 조사했다.

검찰 측은 간추린 형태로 영상 13건을 공개했고, 증거마다 혐의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심리를 진행했다. 영상은 올해 1월16일부터 지난 2월8일 피해아동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A씨가 직접 촬영한 것이었다. 

박상용 검사는 “피해아동은 익사 전에 거의 죽어갈 만큼 구타를 당한 상태에서 물고문 같은 행위를 몇 차례 당하기도 전에 사망에 이르렀다”며 “이를 감안하면 병원에 후송됐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을 것으로 예측되고 실제로 소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의견을 제시하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앞서 A씨 부부는 지난 2월8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열 살짜리 조카의 전신을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마구 때리고 물고문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아동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A씨 변호인 측은 지난 4월29일 열린 이 사건 2차 공판에서 ‘폭행은 사실이나 사망에 이를 줄 몰랐다’는 취지로 변론,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부인했다.

한편 A씨 부부에 대한 4차 공판은 오는 7월1일 열린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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