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세상에서 제일 큰 피자

세상에서 제일 큰 피자

                                        이경덕

 

노을진 산 위에

걸려 있는

피자 한 판

전 세계 어린이들

함께

먹음직한

피자 한 판.

 

 

노을을 피자로 만드는 상상력

노을처럼 아름다운 광경도 없으리라. 황홀하다 못해 처연한 핏빛 노을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눈물이 나곤 한다. 그런데 이경덕 시인은 놀랍게도 노을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로 보았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큰 피자라고 했다. 너무도 엉뚱한 비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노을=피자’. 이런 게 곧 시의 상상력이다. 이 동시를 읽은 아이는 커서도 노을을 보면 미소를 지을 것이다. 피자 한 판이 떴다고. X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장난감이 부족했던 우리는 막대기를 갖고 놀았다. 막대기로 나는 시늉을 하면 그게 비행기가 되었고, “부응! 부응!”하면 자동차가 되었고, 무릎 밑으로 지나가게 하면 배가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막대기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활도 되었고, 창도 되고, 칼도 되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상상력을 갖고 태어난 신비스런 존재다. 문학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동시는 타 장르보다도 상상력을 더욱 요구하는 문학이다. 엉뚱한 생각이 어린이들의 우주이자 놀이터다. ‘전 세계 어린이들/함께/먹음직한/피자 한 판.’ 피자 한 판을 가운데 놓고 둘러앉은 세계의 어린이들을 상상해 보자. 피부 색깔이 뭐 그리 중요할 건가? 입고 있는 옷이 뭐 그리 대수로울건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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