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발명가가 될 테야

발명가가 될 테야

                                        오현정

 

아싸! 리모콘을 잡았다

아빠가 조는 틈에

내 맘대로 볼 테야

아기상어 나와라

우와, 핑크퐁도 나와라

한꺼번에 다 볼 테야

어, 어, 안 되네

리모컨 어디 갔어?

아휴, 그새 잠 깨셨네

뺏기면 안 돼

이거 내가 다시 만들 거야

 

 

아기의 맑은 눈에 비친 ‘발명상자’ TV

아기에게 텔레비전만큼 신기한 물건이 있을까? 세상에 나와 처음 만나는 ‘세상’, 아기는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그것도 총 천연색으로 말이다. 이 동시는 호기심 많은 아기가 아빠가 잠깐 조는 틈에 리모컨을 손에 잡은 이야기다. ‘아기상어 나와라/우와, 핑크퐁도 나와라’. 아기는 텔레비전 속에서 본 아기상어를 또 보고 싶다. 핑크퐁도 보고 싶다. 어디 아기상어, 핑크퐁뿐이겠는가? 아기는 세상 전체를 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알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렇게 말한 이가 있었다. 사람의 눈이 가장 크고 맑을 때는 호기심 많은 아기일 때라고. 옳은 말이다. 누구든 어릴 적의 사진을 꺼내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저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호기심 가득한 저 수정체!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세상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며칠 전 쌍까풀 수술을 하고 온 친구가 말했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아서 할 수 없이 했다고. 필자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나이를 먹을 만치 먹다 보니 이젠 더 이상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져서 눈꺼풀이 알아서 내려앉은 모양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을 친구에게 해줄 수는 없었다. 나 혼자만 웃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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