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집안으로 무단침입한 8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경찰이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파주시에 거주하는 A씨(96ㆍ여)는 지난 3월 같은 동네에 사는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A씨는 항상 문을 열어두고 지냈는데, 이를 노린 B씨가 안방까지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건 당시 집안에는 A씨의 손녀가 있었고, 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B씨는 곧바로 체포됐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해 성폭력 응급키트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B씨의 DNA가 검출됐다. 또 B씨는 지난해 말부터 A씨의 가족들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수차례 무단침입하고, 지난 1월에도 A씨를 추행하려다 발각돼 쫓겨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은 파주경찰서는 지난 7월 B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피해자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고, 그에 따라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파주서 측은 당시 사건을 종결한 이유에 대해 ‘경기북부청으로 담당이 이관돼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 피해자의 가족 측은 지난 10월 성폭행 혐의에 더해 주거침입 및 폭행 혐의까지 다시 수사해 달라며 사법 당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사건을 검토한 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며, 경기북부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9일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의 성폭행 혐의에 더해 주거침임 등 혐의까지 추가로 살피고 있다”며 “의혹이 남지 않도록 면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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