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테스 원정대는 아스테카 제국의 막강한 군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고, 그들 자신도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한 후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던 원정대에게 콰우테목(Cuauhtemoc) 황제는 전통에 따라 축하연을 베풀어 그들을 환영하고 황금과 보석까지 선물했다.
그러나 배은망덕한 코르테스 일행은 그날 축하연에 참석한 아스텍 지도층을 몰살하고, 황제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자신들의 진영에 머물게 했으나 실제로는 볼모로 감금됐다. 그 후 코르테스 일행의 의도를 파악한 아스테카 제국은 군사력으로 테노치티틀란에서 그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황제는 목숨을 잃었고, 그의 죽음은 제국이 폐망하는 데 실마리가 됐다.
사료에 따르면 코르테스 원정대는 테노치티틀란에서 퇴각할 때 절반 이상 목숨을 잃었고, 그들은 싸움보다 많은 황금을 가지고 탈출하다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퇴각 때 목숨을 건진 코르테스와 살아남은 부하들은 쿠바로 돌아가지 않고 아스테카 제국에 반대하는 주변 소국과 연합해 테노치티틀란을 다시 공격했다. 결국 아스테카 제국은 코르테스의 침략과 내부 반란으로 전쟁은 3개월 동안 계속된 전투에 패했고, 설상가상 천연두가 퍼지면서 제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알라메다 공원 가까이에 있는 국립예술궁전(Palacio de Bellas Artes)에는 멕시코 독립 영웅 디에고 리베라 못지않은 실력과 명성으로 벽화 운동에 동참했던 화가 다비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의 ‘콰우테목의 고통’이란 작품이 있다.
멕시코 벽화 미술의 거장 시케이로스는 코르테스 일당에게 고문으로 비참하게 죽임당한 콰우테목 황제의 마지막 모습을 그렸고, 현재 이 작품은 국립예술궁전에 소장돼 있다. 그림에는 황금의 행방을 묻는 코르테스 일당에게 고문당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황제의 의연한 자세와 주변 일당들의 모습을 시케이로스의 화법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투구와 철갑으로 무장한 정복자와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사냥개 앞에서 황제는 장작불 고문을 당한다.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처참하게 고립됐어도 끝까지 황금이 있는 장소를 말하지 않는 영웅적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의 옆에는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는 신하가 대비적으로 배치했고, 무장한 정복자들은 금속 덩어리로 묘사해 비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급진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역사관을 담은 시케이로스의 이 작품은 멕시코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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