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만드는 날
-이복순
배추편 잘해라 무편도 잘해라
오늘은 팔도 야채들의 신나는 운동회
응원가도 높게 기쁨의 함성도 높게
모두모두 모여라 둥근 운동장에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춤을 춰보자
내 편도 네 편도 가르지 말고
이긴 것 진 것도 따지지 말고
손잡고 마음 모아 노래 부르자
오늘은
온 가족 모여 앉자 하하 호호
만두 만드는 날.
온 가족이 빚는 행복한 삶
만두 만드는 것을 운동회로 표현한 재미있는 동시다. 배추편, 무편으로 갈라진 두 편의 경기가 운동장에서 기세 좋게 펼쳐진다. 놀라워라! 만두 속을 이리도 표현하다니! 여기에 응원가와 함성까지 합세하니 그야말로 축제도 보통 축제가 아니다. 둥근 운동장이 커다란 춤판이다. 어디 그뿐인가. ‘내 편도 네 편도 가르지 말고/이긴 것 진 것도 따지지 말고/손잡고 마음 모아 노래 부르자’. 만두를 빚으며 하나가 되자는 것이 이 동시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다. 이는 오늘의 우리 사회를 넌지시 질타하는 목소리로 해석해도 좋으리라. 언제부턴가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볼썽사나운 삶. 한쪽이 뭐라고 하면 다른 한쪽은 그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든 거기엔 다툼이 있었고, 갈라섬이 있었다. ‘오늘은/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하하 호호/만두 만드는 날.’ 이 동시가 보여주는 행복한 삶의 모습이다. 온 가족이 빚는 만두는 음식 이전에 가족 간의 화합이요, 사랑이니까. 시인은 오랜 세월 만두집을 운영해오고 있다. 거기서 얻은 삶의 교훈을 시 속에 담았다. 문학은 멀고 먼 별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자기 주변에서 찾는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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