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칼로 광장 옆에 있는 콜로니얼 시대 전형적인 건물인 대통령 궁 계단 전면에 아스테카와 정복자 시대가 만나는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작품으로, 매우 사실적이고 상징적인 것들이 오밀조밀하게 묘사돼 있다. 이 벽화는 지금의 멕시코가 세워지게 된 아스텍과 콜로니얼 두 시대가 만나 혼성(mestizale)을 통해 문화적 동질화(Aculturacion)가 이루어진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메스티소는 아스테카 제국 이후 멕시코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오늘날 아스테카 문화를 이어가는 핵심이다.
어둠이 드리운 소칼로 광장에는 발목에 방울을 달고 짧은 치마에 망토를 쓴 젊은이들이 머리에 화려한 깃털을 꽂고 전통춤을 춘다. 그들이 펼치는 춤사위는 아름다움을 뽐내거나 성적인 자극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 남성인 그들은 아스테카 전사처럼 전쟁의 승리를 기뻐하는 선조들의 춤사위를 펼친다. 이제 그들은 전사가 아니라 역사를 알리고 문화를 이어가는 문화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여행 떠나기 전에 단편적으로 바라본 멕시코 역사에 대한 시각은 화려한 문명을 가진 국가고, 태양신에게 인간의 심장을 바치는 인신공희 풍습과 피라미드 정도 알았다. 하지만 아스텍 유적지와 누에바 에스파냐 시대 콜로니얼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찬란했던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 그리고 메스티소의 탄생과 그들에 의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혼성의 현장을 봤다.
여행은 설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 편의 시네마스코프 드라마다. 떠나기 전에는 새롭게 만나게 될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설레고, 돌아와서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삶도 여행이다. 오늘도 인생이란 여행길에 추억의 공간에 돌을 쌓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박태수 수필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