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광장과 시장이다. 시장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여론을 확산하기 쉽고,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도 시장이었다. 틀라텔롤코는 아스테카 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갖춘 도시였다.
아스테카 제국은 이 섬을 상업 중심지로 발전 시켜 메소아메리카 전역에 무역 체계를 구축했고, 생필품과 더불어 흑요석 같은 전쟁 무기 재료를 공급함으로써 막강한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코르테스는 틀라텔롤코 섬을 점령한 후 가장 인상 깊은 곳은 광장 주변의 시장이라고 기록했다.
코르테스는 카를 5세 국왕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이 도시에는 여러 개의 광장이 있고, 그 광장에는 날마다 시장이 열리고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살라망(Salamanca, 에스파냐 대도시) 대광장보다 크기가 두 배 정도 되어 보이는 큰 광장이 하나 있는데, 광장 둘레에는 상점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날마다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물건을 사고팝니다”라고 했을 정도로 틀라텔롤코 광장에는 거대한 상권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황금과 보석이 필요했던 코르테스 일행에게는 단지 전설 속 도시 엘도라도(El Dorado)를 찾았을 뿐이다.
이 보고서만으로는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16세기 살라망카 인구가 2만 명이었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틀라텔롤코 섬에는 살라망카 인구보다 3배 많은 사람이 매일 시장을 찾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를 토대로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인구와 주변 부족의 유동인구를 고려해본다면 아스테카 제국이 얼마나 거대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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