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하늘도시 크린넷, 8년간 못 쓰고 골칫덩이된 1천500억 ‘고철덩이’

LH, 2014년 스마트도시 조성...70.4㎞ 크린넷 설치했지만 계속 방치
중구, 운영비용 문제로 책임 회피만...주민들 “쓰레기 버릴때마다 화가 나”
중구청장 “합리적 대책 마련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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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단지에 설치한 자동 크린넷(쓰레기 자동집하시설)에 ‘설비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지혜기자

“돈이 1천500억원이라는데…. 이젠 고철 쓰레기죠 뭐.”

1일 오전 11시께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생활폐기물 수거함에 쓰레기가 흘러 넘쳐있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각각 버릴 수 있는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크린넷)이 총 20여개가 있지만, 주민들 은 2013년 입주한 뒤 지금까지 단 1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크린넷 앞에는 ‘폐쇄설비, 이곳은 쓰레기 장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어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동훈씨(67)는 “우리가 낸 돈(분양가)으로 만든 시설을 왜 쓰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럴 거면 왜 만들었나 싶다”며 “이제는 쓰레기 버릴 때마다 화가 난다”고 했다. 영종하늘도시의 크린넷이 만들어진지 8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쓰이지 못하면서 고철덩이로 전락했다.30일 중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LH(한국주택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LH는 영종지역에 지난 2014년 1천500억원을 들여 수거함 625개와 쓰레기를 처리하는 집하장 4곳, 그리고 관로 70.4㎞의 크린넷을 만드는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을 끝냈다.

현재 영종하늘도시는 인천경제청의 계획에 따라 모든 건축물에 크린넷 설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주민들이 크린넷에 쓰레기를 넣으면 공압식 진공흡입법을 통해 지하 집하장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도심에는 생활폐기물이 쌓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크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인 중구가 운영비용 등을 문제삼아 크린넷의 관리권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H는 그동안 크린넷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내구연한이 지난 관로 등을 교체하는 작업에만 25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인천경제청과 구가 크린넷 인수인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협의는 수년째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주민들만 크린넷을 사용하지도 못한 채 여전히 문전수거 형태로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LH관계자는 “감사원에 이 문제와 관련한 컨설팅을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지자체로 크린넷 관리 업무가 넘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정헌 중구청장 당선인은 “주민 불편이 큰 만큼, 더이상 핑퐁게임은 하지 않겠다”며 “유지보수 및 운영에 대해 관련 기관과 논의해 합리적인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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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생활쓰레기 수거함이 자동 크린넷을 이용하지 못한 탓에 넘쳐나고 있다. 김지혜기자

‘혈세 먹는 하마’ 핑퐁게임 : 인천경제청·중구 ‘관리권’ 고래싸움… 주민만 등 터진다

인천 중구가 영종하늘도시의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크린넷)의 인수를 거부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및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관리주체를 놓고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1일 중구와 인천경제청, LH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2014년부터 중구에 크린넷 관리권의 인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제27조에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의 크린넷 운영은 이들 경제자유구역의 기초지자체인 연수구와 서구가 각각 맡고 있다.

현재 인천경제청은 연수구나 서구와 같이 노후시설 개선 등 시설비를 경제청 75%, 지자체 25%를 부담하고 운영비 역시 각각 50%씩 분담하는 방안을 중구에 제시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 2019년 인천경제청과 연수구의 크린넷 관리권 관련 갈등을 두고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중재한 비율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행안부 조정안을 토대로 연수구는 물론 서구와도 비용 부담에 대해 합의했다”며 “중구의 부담도 충분히 공감한다.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중구는 크린넷 시설이 생활폐기물 수집 및 운반 업무가 아닌 ‘주민 편의시설’에 불과하다며 아예 관리권의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아무리 인천경제청이 예산 지원을 하더라도 종전 문전수거 형식보다 2~3배 많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운영비 이외에도 불량 폐기물이나 노후화에 따른 설비 유지·보수 비용만 연간 20억원이 훌쩍 넘는 것도 문제다. 중구 관계자는 “해마다 투입할 예산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이미 오랫동안 운영을 하지 않았기에 당장 시설을 넘겨받는데 위험 부담이 크다”며 “이 문제를 인천경제청과 잘 협의해 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강후공 중구의원(영종·영종1·운서·용유동)은 “중구도 언젠가는 결국 맡아야 할 업무인 것을 알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크린넷 관리권의 인수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선 8기 집행부에선 더이상 거부하지 말고 적정한 선에서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의회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송도·청라국제도시에서는? : 같은 크린넷인데… ‘청정도시 일등공신’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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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아파트 단지에서 한 주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자동 크린넷을 이용해 버리고 있다.

“비가 와도 음식물쓰레기 냄새 걱정 없어요. 완전 신세계에요.”

1일 오후 1시께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이곳의 주민 김은희씨(40)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쥔 채 노란색 크린넷 앞으로 선다. 김씨가 종량제 봉투에 있는 노란색 스티커를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크린넷) 센서에 가져다 대자, 투입구가 자동으로 열린다. 김씨가 열린 투입구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서는 순간 센서가 깜빡거리며 투입구가 자동으로 닫힌다. 김씨는 “이사 왔을 때 쓰레기 수거함이 따로 없어서 놀랐다”며 “옛날 살던 곳에는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터뜨리기도 하고, 쓰레기가 많을 땐 길바닥에 널려 있었는데 그럴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민들이 종량제 봉투를 들고 크린넷 덮개를 열고 닫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은 쓰레기 수거함 대신 크린넷을 6년째 사용하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 박용진씨(33)는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쾌적하다”며 “이제는 크린넷 없는 아파트에서는 못 살 듯하다”고 했다.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 주민들로부터 크린넷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이들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서구와 연수구는 지난 2015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크린넷 관리권을 인수받아 운영 중이다. 서구는 청라의 크린넷 1천361개와 집하장 5곳, 연수구는 송도의 7천400개의 크린넷과 집하장 9곳 등이 있다. 이들의 처리 용량은 1일 76~156t에 이른다.

크린넷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인천경제청은 해마다 운영비와 유지·시설비를 서구와 연수구에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도 각각 23억원과 67억원을 지원했다. 앞서 인천경제청과 연수구는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최종 조정안에 따라 예산 지원에 합의했다. 인천경제청이 올해까지는 문전수거(종전 생활폐기물 수집 방식)에 따른 초과 비용 예산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내년부터는 운영비의 50%와 유지·시설비의 75%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구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용하는 주민들은 쓰레기가 도로나 수거함에 넘쳐 흐르는 모습을 볼 일이 없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큰 비용을 내서 자동집하시설을 만든 만큼 운영을 안 할 수 없다”며 “단 자동화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지원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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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인천 중구 영종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자동 크린넷 운영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지혜기자

“더이상 못참아… 차라리 설치비용 환불하라”

인천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이 중구의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크린넷) 인수 거부 등에 맞서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아파트 분양가에 크린넷 설치비용 200만원이 들어가 있는 만큼, 크린넷을 계속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중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최근 영종하늘도시의 주민단체들은 영종1동 행정복지센터 주변에 ‘우리 돈으로 설치한 영종 하늘도시 자동 크린넷, LH·경제청·중구청은 빨리 인수인계하고 운영하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달았다.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연수구의 송도국제도시나 서구의 청라국제도시에서 크린넷을 정상 운영한 이후 도시환경이 쾌적하게 바뀐 반면, 영종하늘도시는 8년째 시설만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김은지씨(35)는 “분양 및 입주 때 크린넷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 여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양가를 200만원이나 더 냈는데, 우리한테 크린넷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했다.

특히 영종하늘도시 내 상가 등 건물에도 크린넷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탓에 건축주들의 부담도 크다. 크린넷 설치를 위해 최대 1억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영종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의 한 교회 관계자는 “교회를 지을 때 크린넷 설치에 6천여만원이 들어갔는데, 아직 사용해본 적도 없다”며 “사용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규정상 억지로 설치한 것에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 2월 아예 크린넷을 철거해달라는 집단 민원을 구와 인천경제청, 그리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내기도 했다. 또 영종1동주민자치회를 비롯한 주민단체들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광만 영종1동주민자치회장은 “최근 김정헌 중구청장 인수위원회에 크린넷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을 보냈다”며 “민선 8기에는 중구가 전향적으로 바뀌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인터뷰/김남길 영종하늘도시연합회장]

“자동집하시설 애물단지 전락 하루빨리 수리 정상가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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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영종하늘도시연합회장

“가동하지 않는 크린넷만 보면, 큰 돈을 내고 산 이후 단 1번도 운전하지 않은 자동차 같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미 낡아버린 엔진이라도 수리해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크린넷)이 고철덩이로 전락하면서 가장 큰 피해자는 주민이다. 김남길 영종하늘도시연합회장은 8년째 멈춰서 있는 크린넷을 이제라도 운영해야 하는 이유로 분양가에 담긴 200만원을 들고 있다.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당시 크린넷 설치비 명목으로 200만원가량 높은 분양가를 냈다.

김 회장은 “비 오는 날, 종량제 봉투를 손에 들고 가까운 크린넷을 지나쳐서 수거함으로 향하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며 “중구가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몽니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수년째 중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크린넷 운영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간담회도 여러차례 했다. 그때마다 관계기관들은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크린넷 문제 자체를 외면하기 급급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그는 영종1동통장자율회와 영종1동주민자치회, 새마을회 등과 함께 크린넷 운영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내건 현수막에 쓴 내용처럼 분양가 200만원을 돌려받길 원하지는 않는다”며 “지금 당장 크린넷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젠 중구를 비롯한 인천경제청,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도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원의 공익 감사 청구도 생각하고 있다”며 “제발 중구 등이 주민을 위한 마음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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