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뿌리가 된 대한민국 의사 손문준 교수

일산백병원 손문준 교수, 소극적 정부대응에 비영리법인 설립해 지원 앞장

손문준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국내로 들어온 특별기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단볍인 '우리모두친구'를 만들어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오준엽

지난 2021년 8월, 세계적 관심 속에 391명의 아프간인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한국을 좋아하며 한국대사관이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바그람 한국병원 등에 근무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착기는 높은 장애물들에 가로막히며 순탄케 쓰이진 않고 있다.

일부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에 제3국으로 떠나거나 이탈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때문인지 한 50대 의사가 이들을 돕기 위해 앞장섰다. 고양특례시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손문준 교수(54)가 주인공이다.

손 교수는 2010년 9월부터 16개월 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에 있었던 한국병원 병원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0여년전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당시 동료들이 국내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사단법인 ‘우리모두친구’를 만들었다.

정부가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명명하며 받아들인 것처럼, 세계가 대한민국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기대했던 것처럼, 진정 나라에 기여할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그는 “12년전 한국을 도와 일했던 인연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지금도 의사나 약사와 같은 의료인들조차 처형을 당하고 있다고 전해진다”며 “그나마 미라클작전을 통해 390여명의 생명을 살렸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72가구의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중 절반가량인 37가구의 가장이 병원에서 근무한 직원이었다. 이 가운데 또 절반은 의사나 약사, 간호사 등 면허를 가진 전문가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대사관 등에서 일한 엘리트들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이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공장 등지에서의 단순 노동이다. 메스를 잡던 손이, 경영을 공부하고 큰 그림을 그리던 이들이 기름을 묻히고 삽을 들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우리모두친구’는 국내에 이주한 전문직 우수인력에게 해당 전문분야나 관련 직종에서의 취업 및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우수 전문인력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 등 해당 분야에서 부족한 일자리 인력을 확보하고, 우리 사회가 다문화 민족이 보이는 폭발적 성장과 같은 발전을 이룩하는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만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해 보인다.

손 교수는 “아직 우리는 난민 등을 볼 때 색안경을 끼고 있다. 특별기여자들이 잘 정착했다는 울산에서도 아프간 아이들의 학교 배정 논란이 있었다”면서 “이들이 잘 정착하도록 지원할 때 급격한 고령화로 미래가 불투명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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