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곳 없는 방학… 맞벌이 부모 한숨만

방학 중 돌봄교실 기간·시간 한정, 수요 최대 64만명... 절반 못 미쳐
학부모들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道교육청 “예산 문제 있어 난감”

돌봄공백. 연합뉴스

#1. 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서지은씨(37·여)는 지난 달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방학을 맞은 아이를 위해 연차를 사용했다. 학교 돌봄교실도 오는 3일까지 방학으로 운영되지 않는 공백을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오는 4일부터는 학교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길 계획이지만, 오전만 운영되는 탓에 오후에는 검도·축구·영어학원을 보내 서씨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에 아이 스케줄을 간신히 맞췄다. 서씨는 “방학 중엔 정해진 기간과 시간 외에는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하니 맞벌이 부모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 성남에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양육하는 학부모 이사영씨(43·여)도 방학 기간만 되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오전 시간 동안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 이미 학원 4곳을 보내고 있지만, 방학 특강부터 수련회까지 모두 신청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야근이 잦아 저녁 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줄 가정도우미도 고용했다. 애초에 초등돌봄교실은 1~2학년이 주 대상이라 기대조차 없었다는 그. 이씨는 “방학만 되면 사교육, 도우미 비용도 너무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지역 초등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한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가정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등돌봄교실은 총 2천393개실로 집계됐다. 통상 초등돌봄교실은 학기 중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지만, 방학에는 학교별 초등보육전담사 근무시간에 맞춰 오전 9시~오후 3시(혹은 오전 9시~오후 5시)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학기 중보다 줄어든 돌봄 시간 탓에 맞벌이 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비를 들여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해당 프로그램 이용 대상은 초등학교 1~2학년으로 한정돼 고학년 학부모들의 부담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올해 초등돌봄 수요는 최대 64만명으로 추산됐지만, 교육 당국의 목표는 31만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등돌봄교실은 학교마다 운영방식이 달라 그 빈자리를 결국 사교육이 채울 수밖에 없다”며 “특히 근무시간이 유연하게 조정되지 않는 전문직이 아닌 경우 맞벌이 부모들이 처한 돌봄 공백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심지가 아니라면 모든 학생들이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도심 지역은 학교 여건상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많은 교실을 개방하기엔 예산 문제도 있어 섣불리 추진하기엔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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