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일대 수많은 인파 뒤엉켜 통제·구조 ‘첩첩산중’ 이동통로 확보하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수두룩 “도와달라”… 골목 곳곳서 다급한 비명·외침 터져 나와 시민들 심폐소생술 하는 소방대원들 도왔지만 역부족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살려주세요”
지난 29일 밤 10시4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 골목. 수십대의 구급차와 경찰차가 분주히 움직이고, 골목 안쪽에서는 귓가를 울리는 음악소리 사이로 다급한 외침이 뒤섞였다. 폭 4m의 내리막길이 그야말로 아비규환으로 바뀌는 데는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119 구급대에는 30여분 전부터 “사람들이 넘어져 여러 겹 깔려 있고, 죽을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하고도 차량 접근이 어려워 차량을 두고 골목 안으로 다급하게 뛰어들어가 심폐소생술(CPR)을 이어갔다.
경찰차 위에 올라선 경찰관들은 경광봉을 휘두르며 “비켜달라”고 소리쳤지만, 주변 음악 소리에 묻혀 통제조차 되지 않았다.
주변 가게에서 일하는 A씨는 “밤 10시30분께 사람들 비명 소리가 들렸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겹겹이 쌓여 넘어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그런데도 계속해서 밀려 나오는 인파에 통제도, 구조도 안돼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생존자 B씨는 “옆에 모르는 사람이 내 명치를 밀어 인파에 떠밀려 앞으로 내려갔고, 신발이 벗겨졌는데 ‘고쳐 신으면 이대로 죽겠다’ 싶어서 그냥 맨발로 길을 건넜다”며 “조금만 더 앞쪽에 있었으면 나도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긴박한 상황에도 골목 하나를 두고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길 건너편 골목에서는 반대편에서 벌어진 사고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단체로 노래를 불렀다. 또 골목 쪽을 기웃거리며 사고 현장으로 접근하려다 경찰 통제로 여의치 않자 곧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방당국이 사고 1시간30여분 만에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이태원 일대 업소에 축제 중단을 요청했지만 현장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부터 상점 안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까지 한 곳에 뒤엉키면서 일대 교통은 마비됐고,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리는 곳은 줄을 길게 늘어서 접근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자정이 지나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이동통로를 확보하자 처참한 상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목길 콘크리트 바닥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고, 곳곳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외침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민들도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소방대원들을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20대 C씨는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난리났다’는 얘기만 전해 듣고 무서워서 못 나가고 있었다”면서 “밖에 나가보니 수십여명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누워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윤현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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