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설치된 버스정류장 쉘터, 시민 시야 확보 어렵고 버스 충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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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입구(벽산, 이삭아파트 방면) 버스 쉘터의 유리벽이 도로방향으로 설치돼 있다. 황남건수습기자

“버스승강장(쉘터)을 왜 거꾸로 설치한 건지 모르겠어요. 버스가 오는 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20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입구(벽산, 이삭아파트 방면)의 버스 쉘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3명이 쉘터 밖에 서서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쉘터 내에 의자가 있지만 유리가 도로 쪽으로 설치돼 있어 버스를 타려면 쉘터를 돌아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으려고 해도 도로 쪽으로 설치된 유리벽과 의자 사이 폭이 좁아 반대로 앉아야 해 승차하려는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부평구 청천초등학교(백운역 방향) 버스 쉘터에서도 대부분의 시민이 쉘터 밖에 모여 버스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쉘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배정복씨(51)는 “쉘터 의자에 앉으면 버스 타기 너무 불편한데 도대체 왜 이렇게 설치해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냥 밖에 서 있는게 편하다. 쉘터 안쪽에 있으면 버스노선도가 시야를 가려 버스가 오는지 조차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일부 버스 쉘터의 유리벽이 인도 방향이 아닌 도로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버스 쉘터 473곳 중 30곳 이상의 쉘터는 유리벽을 반대로 설치했다. 보행로 폭에 여유가 없어 유리벽을 반대로 설치해야 휠체어 등의 통행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민 불편이 늘어나면서 이 경우 개방형 쉘터를 설치, 도로와 인도 방향을 모두 개방해 시민의 통행과 승하차 이용편의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버스정류소 설치 매뉴얼에서는 보도 폭원이 3.6m 이하로 협소하거나 현장 여건상 쉘터를 설치할 수 없을 때는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한쪽을 유리로 막은 기본형 버스 쉘터 설치가 어려우면 개방형 쉘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기사들 역시 반대로 설치한 버스 쉘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쉘터 내 승객 확인이 어려운데다 버스 사이드미러가 유리 벽에 닿을 우려가 있어서다. 버스기사 김미수씨(52)는 “이런 정류장에선 쉘터 유리에 사이드미러가 닿을 까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동선도 효율적이지 않아 버스 탑승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보행로 폭이 좁아서 반대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쉘터의 유리를 제거해 시야를 확보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쉘터 현황을 조사한 후 교통공사와 협업해 불편 사항을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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