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신년특집]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옐로우하트’

2020년 2월2일 우여곡절 끝에 개업했지만…모임인원 제한 수백만원 손해 보릿고개 계속
디저트 메뉴 개발하고 인테리어 투자 ‘승부수’, 오픈 3년 차 제법 자리잡고 수익도 안정권 안착
“시행착오 덕분에 자신감… 제2의 창업도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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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자리한 남소라씨가 운영중인 카페 옐로우하트. 장영준기자

코로나 쓴맛 내리고 단맛 찾았죠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친 12월 어느날 수원 북수동. 한적한 골목길 귀퉁이에 자리한 카페가 눈길을 끈다. 상호 ‘옐로우하트’처럼 가게 안팎이 온통 노란색이었다.

덕분에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서자 평일임에도 곳곳에 앉아 있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주방 안에선 이 카페 주인인 남소라씨(35)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씨가 카페 문을 처음 연 건 2020년 2월2일이다. 20200202. 숫자의 대칭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날이었다. 약 4개월 전 지금의 가게 자리를 확정해 오픈까지 준비할 게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카페 문을 열었지만, 불행하게도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된 시기와 겹쳤다. 처음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새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20, 30대의 데이트 코스로 꼽히는 행궁동 근처라는 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덕분에 매출도 올랐고, 가게 인지도도 오르는 등 여러모로 기분좋은 출발이었다.

 

“(가게 오픈 당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 조심스러운 시기였는데, 그래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검색까지 해서 찾아주셨어요. 5, 6월까지는 정말 괜찮았죠. 그런데 그 이후 차츰 손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어요. 코로나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그해 10월11일부터 4인 이상 모임 금지가 실시됐죠. 12월에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그해 모임 인원을 2인까지 제한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카페에는 포장 손님만 드나들기 시작했다. 상권 특성상 매장 영업이 주를 이뤘기에 남씨의 가게는 손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달이 떨어지던 매출은 어느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남씨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인건비 지출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월 100만~150만원가량 손해가 이어졌다. 그렇게 해를 넘겨 2021년 2월 초까지 상상조차 못했던 보릿고개는 계속됐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어떻게든 마이너스를 줄이려고 노력했죠.”

 

■ 위기를 기회로...경험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매출이 줄고 수익은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상황. 많은 자영업자들은 이때 무너진다. 대출을 받아 꾸역꾸역 가게문을 열어보지만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폐업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고 무너졌다.

 

남씨도 그랬다. 포기가 가장 쉬운 방법 같아 보였다. 하지만 처음 가게를 오픈할 당시의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버텨보자. 그래도 1년은 버텼으니까.” 그렇게 절망 대신 새로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모델링이었다. 바닥 공사를 새로 했고, 인테리어도 고쳤다.

작업 과정에서 냄새가 심해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들이었다. 어차피 거리두기 상황이었기에 손님들을 받을 수 없어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덕분에 매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주말을 비롯해 휴일이면 손님들이 몰려들면서 차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수원시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됐다.

 

“원래 창업 전에 김밥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래서 매장 돌아가는 생리를 알고 있었죠. 처음 시작할 때도 장사가 안 될 때를 대비해 따로 현금을 마련해 놨어요. 최소 월세나 기본 유지비 몇달 치라도 갖고 있자는 생각이었죠. 오픈 초반에 벌어들인 수익까지 더해서 조금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 준비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디저트 메뉴도 개발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만들어 화제가 됐던 음식이다.

행궁동에서 방송에 나온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남씨의 카페가 유일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지금은 근처 카페에서 비슷한 메뉴들이 생겨 해당 메뉴는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지만, 생각지 못한 단골손님이 생긴 것에 만족했다.

 

■ 생존전략은 ‘나만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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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옐로우하트’ 남소라씨. 장영준기자

아무리 힘들어도 남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회사에 얽매여 있었다면 할 수 없었을 일들, 또 홀로 자유로웠기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어느덧 오픈 3년째. 이제 제법 자리도 잡았고, 수익도 안정권으로 접어들었지만 주변에 더 크고 화려한 카페들이 생겨나는 게 불안할 때가 있다.

 

금리 인상, 세계적인 경제 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커피 전문점 개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도내 커피전문점은 총 2만2천219개로 집계됐다.

 

2020년 1분기 1만8천69개에서 2년만에 4천150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분기에만 1천416개의 커피전문점이 개업했고, 폐업한 곳은 736곳에 불과해 전체적인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남씨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이룬 지금이 행복하다. 회사에서 받던 월급보다 더 큰 돈을 벌면 더욱 좋지만, 설령 그렇게 벌지 못해도 상관 없다.

 

스스로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 수 있다면 만족한다. 임대료를 올려받지 않는 건물주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남씨에게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작진 않지만, 그래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생겼다.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 운영하는 카페의 2호점을 내고 싶었어요. 이제껏 겪은 시행착오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2호점이 아니어도 돼요. 식당이 될 수도 있고요. 제2의 창업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처음 창업을 하시면 생각보다 수익이 크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어요. 예상보다 매출이 적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1년만 버텨보세요. 그 1년만 넘기면 사람들의 반응이 보여요. 장사가 안 된다고 꺾이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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