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경기남부만큼 경기북부에서도 죽어간다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_5]

경기 북부 열악한 영세 제조업체 밀집... 의정부지청 산재사망률 도내서 ‘최고’

image
조주현기자

 

5. 사람 많은 경기남부만큼 경기북부에서도 죽어간다

 

경기도에서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수원·화성·용인권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 역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경기북부지역의 산재 사망률 또한 경기남부지역 수준을 상회, 북부권 근로자들의 산재 사망 위험도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구 많은 수원·용인·화성, 산재 사망자도 많다

 

먼저 경기도 안에는 고용노동부 산하 지청으로 ▲경기지청 ▲고양지청 ▲부천지청 ▲성남지청 ▲안산지청 ▲안양지청 ▲의정부지청 ▲평택지청 등 8곳이 소속돼 있다. 가평군은 강원지청에 속해 있고, 의정부지청에 강원도 철원군이 속해있음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행정구역별 기준과 유사하다.

 

이들 지청은 각 관할 지역에서 산재 사고 예방 등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 행정 사무를 수행한다. 그렇다면 과연 경기도 안에선 어느 지청이 ‘우수 예방’ 활동을 수행할까. 또 어느 지청에서 산재 사망자가 많았을까.

 

지난해 기준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도내 8개 지청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수는 총 500명이다. 이 중 경기지청이 118명(23.6%)으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경기지청은 시·군·구 단위로 보면 경기도에서도 인구 수가 가장 많은 수원·화성·용인(지난해 기준 약 124만9천명)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20~2022년 3년간 경기지청 내 산재 사망 발생 건수는 2020년을 제외하면 경기지청이 항상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 보면 경기지청에선 2020년 76명(18.2%), 2021년 119명(24.7%), 2022년 118명(23.6%)의 사망자가 발생, 한 해 평균 약 104.3명의 근로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3~4일에 1명씩 사망 근로자가 나온 셈이다.

 

다만 2020년의 경우는 성남지청의 산재 사망자 수가 9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당시 38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사고’의 영향이다.

 

image

 

■산재 사망만인율 높은 경기북부…의정부지청, 경기지청과 사망만인율 2배 差

 

경기지청에 이어 두 번째로 산재 사망자 수가 많았던 지청은 의정부·동두천·양주 등 경기 북부지역을 관할하는 의정부지청이다.

 

지난해 의정부지청 관할 구역 내에선 산재 사망자 104명이 발생해 경기지청에 이어 가장 많았고, 최근 3년으로 시선을 넓혀봐도 의정부지청은 2021년(86명)과 2022년(104명) 2년간 경기지청 다음으로 매년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산재 사망자 수가 아닌 상대성을 지닌 산재 사망만인율을 기준으로 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의정부지청의 산재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은 약 1.91명으로 경기지청(약 0.94명)보다 약 2배 높아 도내 전체 지청 중 가장 높았다. 또 고양과 파주를 관할하는 고양지청의 사망만인율 역시 1.02명으로 의정부지청에 이어 사망만인율이 높았다.

 

이는 경기 북부지역 내 근로자들이 경기 남부지역 근로자들보다 실질적인 산재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경기북부지역의 산재 사망만인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근로조건이 열악한 소규모 제조기업들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북부지역은 사업장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밀집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더욱이 이들 지역은 수원이나 평택처럼 대규모 제조업 단지가 조성돼 있는 것이 아니라 영세한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망만인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경기북부에는 포천, 양주 등의 소규모 ‘굴뚝’ 제조업체, 동두천의 염색, 섬유, 피혁 업체 등 열악한 여건의 제조업 단지들이 많다”며 “비교적 체계적인 산업단지들이 소재한 경기 남부에 비해 그렇지 않은 곳들이 대다수인 북부는 관리가 쉽지 않아 산재 사망만인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지역별 노동지청별 사망재해 현황’ 자료를 취합해 작성했습니다. 기사상의 지역 구분은 행정구역별이 아닌 지방고용관서(고용노동부 지청)별 구분임을 밝힙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