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백두산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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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배낭여행팀과 온 후 오랜만의 백두산이다. 25년 전쯤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왔던 먼 기억도 있다. 그때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또 다른 인연의 사돈과 함께 왔다. 사돈과의 동행은 그 자체가 위태한데 얼떨결에 우리 사이가 탄로 나는 바람에 일행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금은 불안하지만 세상에 절대 자유란 어디에 있겠는가. 별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내 아들의 별이 돼 준 며느리의 그 아버지가 지금 나와 동행하고 있다니. 새삼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번 여행은 백두산에 올 기회를 갖지 못하신 사돈의 제안이었지만 서파가 포함돼 있어 흥미를 자극했다. 서파는 상상대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녔다. 에델바이스 같은 만병초가 지천이고 파란 하늘을 담아 놓은 천지의 물도 다도해의 쪽빛을 닮았다. 북파의 인파도 서파에 못지않아 긴 줄을 따라 개방된 구간을 한번 돌고 나오는 기분이다. 건너편 멀리 몇 해 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동반했던 장소도 보여 기분이 야릇하다. 민족의 영산이라지만 왠지 중국의 관광지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많은 관광객에게 떠밀려 다니는 중국의 천지에 비해 건너편 우리 구역은 선택된 사람들의 휴양지 같아 보여서다. 어서 우리 땅을 밟고 진정한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세계인들과 함께 오를 날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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