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바라본다는 것, 모든 관계와 인연의 깊이와 의미의 간격이다. 무지개 같은 사랑과, 그믐 밤 같은 이별과, 삶의 파편인 모든 기억이다. 뭉게구름 위의 꿈, 모란꽃 위의 형용사이며 나에게 잠시 머물거나 스쳐 가는 시와 형식과 내용이다. 환영의 파노라마가 지나간 자리, 차창 밖의 간이역을 바라본다.
나는 성에 낀 유리창에 쓴다. 잘 있거라 나의 청춘아! 유효기간이 지난 꿈들아! 증발한 땀들아! 고단한 잠 끝에 내 마음의 종착역 화본역에 도달했다. 화본역은 의성의 탑리역과 영천의 신녕역 사이에 있는 군위의 유일한 여객 정차역이다. 1938년 중앙선 보통 역으로 시작한 이래 오랜 향수가 깃들었는데 중앙선 복선전철화로 폐역될 예정이며 인근에 군위역이 신설된다고 한다.
역에서 5분 거리에 추억의 테마박물관 ‘엄마 아빠가 어렸을 적에’라는 농촌문화체험장도 있고, 증기기관차 급수탑, 화본역 시비, 폐열차를 활용한 레일 카페가 있어 군위의 낭만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정든 간이역을 오늘은 매교동 문화센터의 4개월 차 이영근님이 그렸다.
간결한 그림이 늘 차분하고 정돈된 자신의 인품을 닮았다. 20대의 두 딸을 둔 엄마라고 믿기지 않는 동안의 이유일 것이다. 예쁜 그림을 가꾸는 그녀의 소박한 꿈이 더욱 아름답기를 바란다. 입춘도 설도 지나고 농촌은 농사 준비를 해야 할 시절이다. 나의 화업도 새봄 새 파종을 해야겠다. 결실의 계절을 바라보는 너의 의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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