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김선영
손자가 걸음마를 시작했다
너무너무 예뻐서 운동화를 사줬다
아장아장 걷더니
물웅덩이에 가서
참방참방 놀았다
아기들은 왜
물웅덩이를 좋아할까?
동심 세계로 풍덩
어린 손자가 첫걸음을 떼고 아장아장 걷는 것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제대로 할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으리라. 이 동시는 바로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내용도 아주 단순하다. 이 점이 이 동시의 매력이다. 쓴 이는 너무 짧다고 할는지 모르나 더 이상 무엇을 넣으랴. 동시는 군말을 넣지 않아야 한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지, 어른의 눈이 얹어지면 동심을 흐리기 딱 십상이다. 새 운동화를 신고 다른 곳도 아닌 물웅덩이로 가서 장난치는 그 동심을 시인은 놓치지 않았다. 큰맘 먹고 사준 운동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이는 좋은 곳 다 놔두고 물이 고인 웅덩이로 가더니 참방거리며 논다. 참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운동화가 흙물에 젖는 것은 생각지 않고 아이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것이 어른과 아이의 차이다. 어린 시절엔 누구나 한두 번쯤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새로 산 옷을 입고 나가서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서 옷을 더럽혀가지고 집에 들어간 일. 옷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친구들과의 놀이. 오늘은 이 짤막한 동시 한 편 읽으며 때 묻지 않았던 그 동심의 세계로 달려가 보는 일은 어떨까? 윤수천 아동문학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