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휴대전화

휴대전화

                                이경자

 

말도 못하는 두 살배기 손자

할머니 생각나면

휴대전화를 가져온다네요

 

영상통화하며

눈빛으로 마음을 읽고

함박웃음으로 대화를 한다네요

 

멀리 모로코의 손자와

영상으로 이어주는

휴대전화가 참 고맙다.

 

image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눈빛만 봐도 알아요

요즘엔 휴대전화 안 가진 사람이 없다. 농사짓는 시골 할아버지도, 채소 파는 할머니도 휴대전화는 필수다. 게다가 수시로 이용한다.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싶다. 이 동시는 해외에 나가 있는 손자가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영상으로나마 대화를 하고 싶어 휴대전화를 가져온다는 작품이다. 아직 어려서 말은 못하지만 눈으로는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는 영상통화. 얼마나 고마운 대화인가. 시각장애인들은 수화로 대화한다. 손짓, 눈짓에다가 표정까지 얹어 자기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고 보면 대화의 방법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아니, 서로 얼굴만 봐도 훌륭한 대화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 읽은 소설이 생각난다. 교도소 면회실에 창살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죄수인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은 끝내 말 한마디 없이 면회를 끝낸다. 굳이 말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침묵 속의 대화에 더욱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말을 못하는 손자가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휴대전화를 갖고 오는 이 장면 하나가 그 어떤 대화보다도 정답지 않은가. 휴대전화가 갑자기 강아지나 고양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