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매교동-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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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힘들다. 빈 가게가 너무나 많다. 인터넷 세상이고 배달의 시대이니 가게 월세 내고 인건비 배달비에 힘들 수밖에 없다. 급등하는 원자재와 고금리는 더욱 견뎌내기 힘든 상황이다.

 

매교동 거리는 대부분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있지만 급격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의 유입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지나가는 이 거리가 아직 익숙하고 정겹다.

 

N작가는 미술학원과 함께 떠났고 신혼예식장도 사라졌다. 그 대신 거리 끝에 새로 들어서는 중앙침례교회는 대형 교회의 위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 마을을 지배해도 사람은 추억을 입고 살아간다. 시골 막걸리가 아파트에 밀려나 부근에 새 둥지를 틀었고,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인이 그대로이니 단골은 따라가는 것이다. 춘천 메밀막국수도 재개발로 밀려나 근거리의 팔달산 자락으로 옮겼다. 의자에 홀로 앉아 현금을 받는 할머니는 아직 그 자세 그 표정으로 엄숙히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모두가 현재의 자리를 질경이처럼 끈질기게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바람이 점점 식어 소슬히 흐른다. 문득 가을 시 한 편을 꺼내 본다.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 ‘가을의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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