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똥
임상미
어젯밤 우리 집에
파리가 왔다갔나 봐
밤새 내 얼굴에 점을 찍었어
아마도 화장실을 잘못 찾았나 봐
파리야, 우리 집에 놀러 오려거든
현관문 옆 모퉁이가 화장실이야
알았지?
아이의 다정한 안내
파리는 집 안의 골칫거리다. 식탁에서 밥을 좀 먹으려면 언제 나타났는지 먼저 먹겠다고 대들지 않나, 잠 좀 자려면 가 먼저 눕겠다고 시위를 한다. 게다가 실내 온도가 따뜻하다 보니 겨울철에도 활개를 치며 다닌다. 이쯤 되면 골칫거리도 보통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작품 좀 보라지? 동시 속의 아이는 파리를 미워하기는커녕 다정한(?) 친구쯤으로 여기고 있다. 자기 얼굴에 똥을 싸 놓고 간 파리를 향해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살살 달랜다. 얼마나 재미있는가. 시인의 마음이 예쁘다. 어느 노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여름날, 냇가에서 모기에 물린 종아리를 내려다보며 요만한 ‘관계’라도 있어야 공생하는 재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이쯤 되면 모기도 좋은 친구다. 그러니 가려운 것쯤은 참을 만하다. ‘파리야, 우리 집에 놀러 오려거든/현관문 옆 모퉁이가 화장실이야.’ 모기에게 길 안내까지 해주는 이런 친절이 바로 동심이다. 동시는 동심을 담는 그릇. 동시 작가는 그 그릇에 향기를 넣는 사람. 임상미 시인은 계간지 문학과비평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햇병아리 아동문학가다. 그런 만큼 신인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문학의 길을 가기 바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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