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는 길
최영재
모두 한 동네로 갈 것처럼
시내버스 정류장에 서 있지만
각자 버스와 눈이 맞으면
반가이 차에 올라
먼저 앉은 손님 둘러본다.
같은 차타고 같은 길로 함께 가는 인연
처음 만난 사이지만
어쩐지 눈맞춤하며 씩 웃고 싶다.
동시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좋은 문학이다. 특히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권하고 싶은 독서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잠시나마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치매 예방에 좋기 때문이다. 이 동시는 시내버스를 같이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같은 차타고 같은 길로 함께 가는 인연/처음 만난 사이지만/어쩐지 눈맞춤하며 씩 웃는다.’ 어찌 이를 어린이들이나 읽어야 하는 동시라고 할까.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버스 안의 사람들은 인생길에서 만난 ‘인연’으로 바꿔 읽어도 좋지 않은가. 시작도 모르고 끝도 모르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만난 우리들이다. 이 예사롭지 않은 인연을 놀랍게도 어린이가 읽어야 할 동시가 귀띔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단순 간결한 몇 줄의 언어로 말이다. 시인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할 적에도 전교생 앞에서 그렇게 ‘간결한’ 훈화를 한 걸로 유명하다. 어디 훈화만인가. 시인은 축구 실력도 보통을 넘어 프로에 가깝다. “슛은 말이지요. 반 박자 빨라야 해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시인은 타이밍을 시에도 적용하는 기지 넘치는 작가다. 얼마 전 펴낸 동시집 ‘어린이 명함’에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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