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겨울꽃

겨울꽃

                                김흥제

 

밤새 변한 하얀 세상

나뭇가지에 눈꽃 피고

장독뚜껑은 흰 모자 쓰고

길엔 하얀 비단 깔렸다.

 

얼른 나가

하얀 비단 만져보니

보들보들, 사르르 녹는다.

 

아깝지만

콩콩 발자국 찍으니

흰 국화꽃이 피었다.

 

겨울이 꽃을 보려고

흰 눈을 불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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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백색의 풍경화

올겨울은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아니, 제법 내린 게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심하게’ 내렸다. 그로 인해 농가의 피해까지 발생했다. 축사가 무너지고 비닐하우스가 뜯겨지고, 사람이 상해를 입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 동시는 어린이의 마음으로만 겨울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폭설로 인한 현실의 고통을 왜 외면하느냐고 나무랄 것까진 없다.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이니까. 오히려 아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듯이 온 세상의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뭇가지에 내린 눈, 장독대에 내린 눈, 길에 내린 눈. 아이는 눈도 만져보고, 눈 위에 발자국도 찍어 본다. 그러면서 아이는 생각하는 것이다. 겨울이 꽃을 보려고 흰 눈을 불렀나보다라고. 겨울을 겨울답게 해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다. 흰 눈을 보기 위해 동남아인들이 한국에 관광 왔다는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마침 떡가루 같은 눈이 내려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여행비는 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코리아 넘버 원!” 돌아가 눈 위에서 찍은 사진을 자랑할 게 뻔하다. 겨울꽃이 만발한 한국의 설경, 그 백색의 풍경화만큼 우리들의 마음도 갈등 없는 하나였으면 참 좋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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