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 43곳에서 산불이 일어났다. 특히 산청, 울주, 의성 등에서는 아직도 번져 가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몰아쳐 불을 키운다. 해마다 이맘때면 산불이 일어났지만 유독 심하다. 진화대원 등 인명 피해까지 발생,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산불은 조기 발견과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다. 이번 동시다발적 산불 사태에서도 어이 없는 부주의들이 화를 자초했다. 실화(失火)로 시작한 대형 산불이다. 울산 울주군 산불은 농막의 용접 작업이 원인으로 보인다. 경남 산청 산불은 예초기를 돌리다 불티가 튀었다고 한다. 경북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묘지 작업을 하다 실수로 불을 낸 것이다. 작은 부주의가 이 얼마나 큰 변을 초래한 것인가.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라 한다. 그간의 산불 10건 중 7건꼴로 입산자나 주민의 실화에 의한 것이었다. 인천에서도 지난 10년간 해마다 평균 17건씩 산불이 났다. 그 결과 매년 축구장 9개 면적을 넘어서는 산림이 불탔다. 2023년 3월에도 강화군 마니산 산불로 22만㎡가 잿더미로 변했다.
인천 산불 원인의 70%가 실화다. 입산자 실화 26%, 논밭두렁 태우기 18%, 쓰레기 소각 14%, 담뱃불 실화 6%, 주택화재 5% 등이다.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산불(28%) 중에도 실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말 인천 서구 경서동 인근 야산에서도 산불이 났다. 이 역시 담배꽁초에 의한 실화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산불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 한다. 산림보호법은 과실로 산불을 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고의로 산불을 내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이다. 그러나 실화 산불의 경우 대부분 수백만원 벌금에 그치는 실정이다.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 등에서다. 실화 산불에 대한 처벌이 평균 200만원 수준의 벌금형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번 산불 사태를 계기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처벌을 위한 처벌을 주장하는 건 아닐 것이다. 부주의라 해도 그 결과는 엄청난 실화 산불이다. 조기 발견, 초기 진압에 더 앞서야 할 것이 산불에 대한 엄중한 경각심이다. 요 며칠 창문을 흔드는 강풍이 계속 분다. 저 남녘의 산불이 더 살아날 것이 걱정이다. 실화 산불에 목숨과 터전을 잃는 참변이라니. 지난 세월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가꿔온 숲인가. 국민 모두가 산불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길 때다. ‘자나 깨나 불조심’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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