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풀렸다. 적어도 조기 대선을 전제로 했을 때 그렇다. 이제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일 부분은 헌재 탄핵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 조기 대선을 현실화시키려 할 것이다. 탄핵이 기각돼 대선이 미뤄진다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다시 현실화된다. 민주당이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파상 공세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한 찬반 격돌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가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항소심이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에 대해 “허위 사실 공표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도 ‘독자적 의미가 없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관심이 모아졌던 부분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다. 이 대표가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역시 무죄가 됐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은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가 내린 판결은 불가역적이다. 상고 등 절차에 의해서만 가려져야 한다. 법치를 넘는 충돌을 경계한다.
사실 재판 직전부터 민주당 측에서는 주목되는 기류가 있었다. 하루이틀 전부터 재판 언급이 급격히 줄었다. 일부에서 ‘판결에 대해 긍정적 예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돌았다. 재판 당일에는 더욱 그랬다. 26일 오전 천막당사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본인 재판이 아닌 헌재를 언급했다. “헌재 판결이 4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뭐가 그리 어렵냐”고 했다. 무죄 판결 이후 정치 일정을 예상하듯 보였다.
침묵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견도 이날 오전 등장했다.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속한 헌재 결정을 촉구했다. “헌재의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한다”며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역시 무죄 판결 이후 민주당의 구호를 미리 선창한 것처럼 해석된다. 실제로 몇 시간 뒤 재판은 무죄로 끝났다. 그리고 둘의 주장처럼 모든 당력이 헌재로 모아지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한국 정치의 중요한 변수 하나는 선명해졌다. 당분간 당내에서 이 대표에 경쟁자는 없어진 듯하다. 당 외에서 주시하던 비명계 목소리도 잦아들게 됐다. 김동연 김부겸 김경수 등 경쟁자들에겐 비빌 언덕이 사라진 모양이다. 이제 여야 모두에 남은 정치적 변수는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느냐 복귀하느냐다. 그 결정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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