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둘기 죽게 했다고 입건된 청소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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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인천 부평구 경인국철(경인선) 1호선 백운역 주변에서 발견된 비둘기 사체. 독자 제공

 

50대 여성이 경찰에 형사 입건됐다. 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공원 등을 청소하는 게 평상시 업무다. 죄목은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야생 비둘기 11마리를 죽게 했다는 혐의다. 살충제가 든 생쌀을 비둘기에게 먹였다고 한다. “비둘기가 청소하는 데 방해 돼 살충제를 먹게 했다.” 여성이 경찰에서 밝힌 범행 이유다. 처벌로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정해져 있다. 일반 형사사건과 같이 평생 전과로 남게 된다.

 

여성의 ‘비둘기 살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현행법으로 금지된 범죄 행위 맞다. 하지만 범행에 이른 현실을 토론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9월 광주에서도 같은 사건이 있었다. 공원에서 비둘기 21마리가 죽은채 발견됐다. 사체에서 농약에 쓰이는 ‘카보퓨린’이 발견됐다. 누군가 ‘비둘기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 범행의 동기는 이번과 같다. 감당할 수 없는 폐해 때문이었다. 청소 직원, 시민들이 힘들어한다. ‘징글징글하다’고 말한다.

 

비둘기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야생동물이다. 2009년 6월 환경부가 정식으로 지정했다. 배설물이 주는 심각한 질병 우려도 학계에 보고됐다. 뇌수막염, 조류 독감, 피부병 등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비둘기의 서식 공간이다. 공원, 놀이터, 주택가 등 인간의 생활 공간과 겹친다. 개체수가 늘면서 이제 아파트 내부까지 파고든다. 아파트 베란다의 에어컨 실외기가 대표적이다. 이쯤 되면 퇴치를 위한 공적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게 없다. 공원 곳곳에 지자체가 내건 경고가 전부다.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라는 권고문이다. 이마저 과태료 부과 등의 강제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남는 게 시민들의 자력구제다. 시중에서 조류기피제로 처치해야 한다. 개인이 구매해야 한다. 정도가 심하면 방제 시공을 한다. 조망 및 PE망을 설치하거나 연무소독을 한다.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는데 경비 부담이 상당하다. 유해동물 지정은 국가가 하고, 처치는 개인이 하는 셈이다.

 

포획해 처분하는 시행 규칙이 있기는 하다.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비둘기의 경우는 멧돼지 등과 다르다. 개체수가 천문학적이고, 서식 장소도 시민 생활 공간과 겹친다. 애초부터 시민 한두 명이 시도할 일도 아니다. 행정이 나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 격무에 지친 아주머니가 비둘기를 죽게 했다. 유해동물 죽인 죄로 처벌받고 전과자 될 판이다. 비둘기 배설물이 공원을 덮어 가는데 어쩌라는 건가.

 

‘비둘기 살해 사건’에 대한 토론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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