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를 집어삼키려던 산불이 잦아들었다. 이런저런 의미 있는 대책들이 나온다. 기후 변화로 높아진 자연 환경이 문제다. 진화 시스템의 대수술도 시급하다. 장비·인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헬기 확충도 시급하다. 문화유산 등의 자체 방재도 강화돼야 한다. 하나같이 중요한 지적이다. 잘 검토해서 시행돼야 한다. 여기에 우리가 보태 보는 제언이 있다. 산불 진화용 임도 확충이다. 때마침 본보에 전달된 현장 목소리가 있다.
이후정 여주시 산림조합장의 제언이다. 산불 대책 의견을 본보에 기고했다. ‘산불 예방과 진화 임도 개설이 시급하다.’ 임도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접근성을 높여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헬기 없는 야간의 역할도 지적했다. 아울러 산림조합 책임자답게 임도의 동반 효과도 설명했다.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들음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고 임산물 생산 증가 등의 장점도 설명했다. 고맙고 소중한 현장의 소리다.
임도의 중요성이 새로울 건 없다. 증명된 사례가 많다. 2022년 금강송 군락지는 임도가 지켜냈다. 울진·삼척 산불 때였다. 한 해 전인 2021년 개설한 임도가 막았다. 장비·인력이 신속하게 배치될 수 있었다. 개인 등짐펌프만 15㎏이다. 기계화 시스템은 펌프 34㎏, 100m 호스릴 30㎏이다. 비포장 산길로 사람이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 3.5~5m의 임도로 신속히 배치했다. 금강송 방향 산림에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불이 잡혔다.
이번 산불에도 임도 역할은 확인됐다.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불이 났다. 발생 29시간만에 완전 진화됐다. 야간에 계속된 진화 작업이 결정적이었다. 당연히 임도가 해낸 역할이다. 같은 울산지역의 대운산 산불과 대조를 이뤘다. 화장산과 20여㎞ 정도 떨어졌다. 풍속, 강수 등 여건은 같았다. 그런데 피해가 컸다. 임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 울산시장도 “임도를 확충해야겠다”고 했다.
이번 산불에 30명이 생명을 잃었다. 부상까지 포함하면 75명이 피해를 입었다. 주택이나 공장, 문화재 등 시설물 5천여곳이 불탔다. 무엇보다 피해 면적이 4만8천㏊에 달한다. 임도 없는 산불을 밤새 쳐다만 봤다. 환경단체는 환경 훼손이라고 반대한다. 진짜 환경훼손은 여의도 166배의 산림 파괴다. 일본의 임도밀도는 우리의 6배, 독일·오스트리아는 우리의 14배다. 세계 최고의 임업선진국들이다. 임도로 환경과 국부(國富)를 지키고 있다.
산불에는 때도 없고 장소도 없다. 경북 산불에서 고훈을 찾아야 한다. 임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은 될 수 있다. 경기도 시·군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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