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지방의회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은 ‘과(功)’보다는 ‘실(失)’에 머무르기 쉽다. 쌓아온 변화보다 부족했던 모습만이 도마 위에 오르고 더욱 오래 기억되는 것은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오래된 관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비판의 이면에 놓인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결핍에 대해서는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을까.
지금까지 지방의회는 의원 개개인의 경험과 노력에만 의존했다. 지방의회만을 다룰 별도의 법령조차 없이 수많은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천천히, 조금씩 발전의 길을 찾아왔다. 이제는 단순한 집행부 견제·감시역에서 벗어나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직접 만들고 성과를 점검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가는 주체로 우뚝 섰다.
실제 경기도의회는 전국 광역 최초의 재난기본소득 조례, 학교 교복 지원 조례 등을 제정, 전국적 흐름을 선도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 복지의 기준선을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갈수록 다원화되고 세밀해지는 정책 수요와 지역 현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역량도 함께 진화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길은 한낱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더 깊이 있는 행정 견제에 나서기 위해서는 ‘의지’를 뒷받침할 ‘체계’도 필요하다.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의정연수원’ 설립은 그러한 체계를 만들려는 ‘도전’이다. 의정연수원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다. 경기도민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행정을 감시하는 전 과정에 필요한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제도적으로 축적하기 위한 ‘기초체력’이다. 의원과 사무처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공간이자, 나아가 전국 지방의회가 함께하는 지방 의정 학습 생태계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다. 많은 변화와 개혁의 시도가 불신의 눈초리에서 시작되듯 일각에서는 의정연수원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그 실효성을 의심한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법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조례 정비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실행력을 갖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도전 없는 변화는 없다. 경기도의회는 지금, 지방의회의 다음 10년, 20년을 위한 책임 있는 도전을 시작했다. 새로운 길을 내는 이 도전이,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더 큰 성장에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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