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뿔뿔이 흩어진 유물들... 강화에 고려박물관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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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강화군 제공

 

인천 강화도는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무엇보다 고려 왕조의 온전한 도읍지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800여년 전 39년 동안이다. 1232년 고려는 몽골의 제2차 침입 위협에 몰렸다. 그 방비책으로 개성에서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다. 이어 세계 제국 몽골에 대한 항쟁을 이어갔다. 강화도는 한민족의 자주정신이 깃든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강화에는 이런 자취들을 기릴 만한 박물관 하나 없다. 말 그대로 ‘지붕 없는 박물관’일 뿐이다.

 

최근 국회에서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몰랐던 얘기도 많이 나왔다. 그간 강화에서는 고려 수도 당시의 많은 유물이 나왔다. 그러나 이 유물들 대부분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강화 출토 고려 유물은 모두 107점에 이른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전국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현황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강화 출토 고려 유물들이 전국에 분산 보관 중이었다.

 

이 중 48점은 국보급 문화재들이었다. 청자 참외모양 병이나 청자 사자형 뚜껑 향로,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 모양 주전자 등이다. 귀면 청동로나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 등도 있다. 모두 강화가 고려시대 39년의 수도였던 시기 왕궁이나 절 등에서 사용하던 유물이다. 여기에 현재 강화에는 고려시대 관련 지정문화유산 65점도 있다. 옛 고려시대 궁궐이나 성곽, 관청, 묘, 사찰 등이다. 그 시기의 정치·종교·건축 유산이다. 고려 희종의 석릉, 고종의 홍릉, 고려궁지, 강화산성, 선원사지 등 핵심 유적들이 강화에 있다.

 

그러나 이런 보물들을 위한 별도의 박물관은 없다. 전문적으로 전시·보관하거나 고려사 연구·교육을 위한 공간이 없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시대별 전문 국립박물관이 많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시대, 국립공주·부여박물관은 백제시대,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시대 특화 박물관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많았다. 강화는 39년간 고려 수도의 자취와 고려 도성의 실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현장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강화가 고려시대 500년의 역사를 담아낼 박물관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K-한류의 ‘코리아’도 고려 때 세계로 퍼져 나갔다. 고려시대 벽란도에서 교역하던 무슬림 상인들에 의해서다. 이런 고려시대 자취들이 족보 없이 흩어져 있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후세들의 균형 잡힌 역사관을 위해서도 강화에 국립고려박물관을 지어야 한다. 마침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더 이상 ‘지붕 없는’이 자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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